2026.09.23 10:43 · 팟캐스트
압수수색을 받고도 9개월간, 신용보증기금은 보증을 계속 승인했다고? 🧾
병원 개업 보증에 허위서류 악용 압수수색 뒤에도 10곳에 58억 승인 브로커 연루 업체만 554곳 달해 신보 “한도·심사기준 등 제도 개선”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2026년 9월 23일 기준으로,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드러난 내용입니다.
병원 문을 열기 직전의 의사를 한 번 떠올려보시겠어요. 수련 마치고, 개업 준비 중이고, 자금이 필요한 상황. 누군가 다가와서 "대출 절차, 제가 도와드릴게요"라고 합니다. 그게 어떤 사람인지는, 나중에야 알게 됩니다.
신용보증기금에는 예비창업보증이라는 제도가 있어요. 의사나 약사처럼 전문자격을 가진 예비창업자에게 대출 보증을 해주는 겁니다. 개업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전문직 창업자를 위한 지원이죠. 제도 취지는 분명해요. 그런데 이 제도 안으로 누군가 파고들었습니다.
브로커라고 불리는 A 씨가 있었어요. 그는 은행 대출상담사처럼 행세하면서 신보의 보증 상담에 동석했습니다. 예순 번이 넘게요. 담당 직원은 그걸 통상적인 업무로 봤다고 했어요. 수수료도 안 받는다고 했으니까요. 그사이 A 씨는 허위 의료기기 계약서와 잔고증명서를 이용해 보증서를 빼냈습니다.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죠. 신보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경찰이 들어왔을 때입니다.
2025년 3월, 경찰이 신보를 처음 압수수색했어요. A 씨 관련 업체들의 자료를 가져갔습니다. 이 시점이 중요해요. 그 이후에 어떻게 했느냐가 이 이야기의 핵심이거든요.
신보는 압수수색 이후 자체 감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별도 실태 점검도 없었어요. 그냥 보증 승인을 이어갔습니다. 9개월 뒤인 그해 12월이 돼서야 특별 사후관리에 착수했고요. 그사이, 또 다른 브로커 B 씨가 개입한 업체 열 곳이 새로 보증을 승인받았습니다. 경찰이 B 씨 관련 업체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을 한 뒤에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기관이 경찰 수사를 받았다는 건, 내부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잖아요. 그 신호를 받고도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건, 신호를 신호로 읽지 않은 거예요.
지금까지 수사 대상에 오른 브로커 관련 업체는 오백오십사 곳. 이들에게 승인된 보증 금액은 약 사천억 원에 달합니다. 이 돈은 결국 세금이 들어간 공적 기금이에요. 차주가 갚지 못하면 신보가 금융회사에 대신 물어줘야 하는 구조거든요.
신보 측은 어떤 업체가 브로커와 연결돼 있는지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어요.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닐 겁니다. 브로커는 숨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동시에 이런 질문이 생기기도 해요.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걸 브로커가 알고 있었다면, 그 형식은 누가 만든 걸까요.
제도는 이미 바뀌었어요. 한도 기준도 바뀌고, 심사 기준도 달라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도가 바뀌는 것과, 이미 승인된 사천억이 어떻게 되느냐는 별개의 이야기예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는 이겁니다. 지원 제도는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는지보다, 누가 먼저 그 구조를 이해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는 것.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