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4 13:47 · 팟캐스트
사우디 첫 자동차, 시속 100km까지 2.1초 걸립니다 🦅
석유 대신 자동차, 사우디의 새로운 승부수 7개 차종으로 2030년까지 완성차 강국 도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2026년 9월 21일,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서 공개된 차 한 대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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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위로 열립니다. 매가 날개를 펼치듯. 전장 오 미터가 넘는 검고 낮은 차체 위로, 지금껏 본 적 없는 각도의 거대한 앞유리가 빛을 받아 반사됩니다. 보도 자료도 아니고, 콘셉트카 전시도 아닙니다. 이 나라 최초의 자동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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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는 지금까지 차를 만든 적이 없습니다. 팔았고, 수입했고, 굴렸죠. 그 나라에서 처음으로 자국 브랜드의 차가 나왔습니다. 이름은 시어(씨이이알), 엑소봇(이엑스오비오티)이 첫 번째 모델입니다. 시어는 이천이십이년에 설립된 회사로, 사우디 국부펀드인 피아이에프와 대만의 폭스콘이 함께 만든 합작사입니다.
이게 단순한 신차 발표가 아닌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사우디는 지금 석유로 쌓은 부를 다른 산업으로 옮기려 하고 있거든요. 비전 이천삼십이라는 국가 장기 전략,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이 그 배경입니다. 자동차는 그 전략의 첫 번째 구체적인 결과물 중 하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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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엑소봇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앞유리입니다. 민간 승용차 역사상 가장 크다고 하는데, 길이가 이천사백 밀리미터입니다. 일반 승용차 앞유리를 떠올리면 그냥 "창문"이잖아요. 이건 거의 지붕을 유리로 덮은 수준이에요.
디자인 곳곳엔 사우디의 상징이 새겨져 있습니다. 건국 연도인 일천구백삼십이년을 기념한 서른두 개의 라이트 바. 전통 건축 양식에서 따온 휠 디자인. 고대 유적지 헤그라의 곡선에서 영감을 받은 차체 라인. 그리고 매의 비상에서 가져온 문. 이 차 한 대에 나라 하나를 담으려 했다는 게 느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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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이 차가 달려야 할 환경이 어떤 곳이냐는 거죠. 섭씨 육십오 도. 중동 여름의 야외 온도입니다. 그 안에 주차된 차의 실내 온도는 그보다 훨씬 높을 수 있어요. 시어는 이걸 직접 건드렸습니다. 독자 개발한 하일로 쿨링 시스템으로, 그 조건에서 실내 온도를 십 분 안에 삼십이 도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유럽에서 만든 전기차가 중동에서 쓰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폭염이거든요. 외국 차를 사다 쓰는 게 아니라 이 땅의 조건에서 설계된 차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이 기능 하나에 꽤 선명하게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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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이었던 건 속도였습니다. 전기차지만 이른바 '국민차'나 '실용차'가 아니에요. 최상위 트림 기준으로 제로백, 그러니까 멈춘 상태에서 시속 백 킬로미터까지 가는 데 세단은 이 점 일 초가 걸립니다. 이건 슈퍼카 영역이에요. 첫 차로 이걸 선택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나라의 첫 차가 실용성보다 존재감을 먼저 증명하려 한 거라면, 그게 전략적 선택인지 과시인지는 조금 더 두고 볼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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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남는 건 다른 데 있습니다. 시어는 이천삼십사년까지 부품 현지화율 사십오 퍼센트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은 그 절반도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해요. 차는 공개됐고, 공장도 지었고, 왕세자가 직접 나섰습니다. 그런데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밖에서 옵니다. 이게 나쁜 게 아닐 수 있어요. 모든 나라가 처음엔 그랬으니까요. 다만, 자동차 산업이란 게 브랜드 하나 만드는 것과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건 전혀 다른 일이라는 걸, 이미 그 길을 걸어온 나라들은 알고 있습니다.
사우디가 그걸 해낼 수 있을까요. 답을 드릴 수는 없어요. 다만, 처음으로 자기 이름의 차를 만들었다는 사실만큼은, 그게 어떤 평가를 받든,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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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억할 것 하나. 차를 만든다는 건 차를 만드는 것 이상의 일이다. 공급망, 기술 인력, 부품 산업, 소비자 신뢰 — 그 모든 게 함께 자라야 합니다. 엑소봇은 그 시작점에 찍힌 점 하나입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