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8 00:10 · 팟캐스트
국민연금 돈 15조를 굴리는 회사에서 선행매매 의혹이 나왔습니다 🔍
임직원 주식거래 관리 강화 주문 위탁자금 비중 큰 운용사들 긴장 운용사도 자체 점검…과거 위반사례 재공지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7일 기준으로, 금융투자 업계에서 조용하게 번지고 있는 한 가지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상상해봅시다 — 어떤 방에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며칠 뒤에 새로 만들 펀드에 어떤 종목을 담을지, 그 목록을 보고 있어요. 아직 아무도 모르는 목록입니다. 그런데 그 목록에 적힌 종목들은, 펀드가 사들이기 시작하면 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죠.
그 사람은 그걸 알고 있습니다.
지금 금융감독원이 조사하고 있는 게 바로 이 대목입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일부 운용역이, 펀드에 담을 예정이던 종목을 미리 사뒀다가 처분해서 차익을 챘다는 의혹이거든요. 차명계좌를 썼다는 정황도 조사 대상입니다. 올해 3월에 상장한 어떤 액티브 ETF의 편입 종목이 미리 새어나간 경위를 들여다보던 중에 포착됐다고 합니다.
이런 걸 선행매매라고 부릅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입장을 잠깐 생각해볼까요. 운용역은 직업상 남들보다 먼저 알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먼저 알고, 먼저 판단하고, 먼저 사는 게 일이에요. 그게 실력이고 그게 성과죠. 그런데 그 '먼저 안다'는 것이 회사 계좌에서 벌어지면 능력이고, 개인 계좌에서 벌어지면 범죄가 됩니다.
경계선이 사람 머릿속에 있다는 거예요. 저는 이 구조가 좀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회사 한 곳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움직였거든요. 자금을 맡긴 위탁운용사 전반에, 내부통제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고 임직원 주식 거래에 각별히 유의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의혹이 불거진 그 회사 하나가 아니라, 전반에요.
왜 이게 큰일이냐면 —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자산의 절반 이상을 외부 운용사에 맡기고 있고, 그 운용사가 스물일곱 곳입니다. 열 손가락으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많은 숫자도 아니죠. 서로 다 압니다.
한 운용사 관계자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국민연금은 위탁사를 고르는 것부터 자금을 배분하고 회수하는 것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고요. 그래서 "사실상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표현했습니다. 의혹에 연루된 회사가 아니어도 한마디 한마디에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요.
여기서 조금 뒤집어볼 대목이 있습니다.
의혹이 불거진 삼성액티브의 일임재산은 2분기 말 기준으로 열여덟조 원 규모인데, 그중 연기금에서 받은 돈이 열다섯조 원입니다. 대부분이에요. 거의 전부가 연금 돈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보통 선행매매를 들으면, 개인투자자가 손해를 봤겠구나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 구조에서 손해를 보는 쪽은 그 펀드에 들어간 돈, 즉 연금 자금입니다.
듣고 계신 분들이 매달 급여에서 떼어내는 그 돈요.
그래서 이번 일이 유독 조용하면서도 예민한 겁니다. 피해자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요. 누가 창구에 찾아와 항의하지도 않고, 통장 숫자가 눈에 띄게 줄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사적 이익만큼, 어딘가에서는 조금씩 깎여 나갔다는 뜻이죠.
운용사들도 자체적으로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일부 회사 컴플라이언스 부서는 과거 내부통제 위반 사례를 전사에 다시 공지했다고 해요. 내부 정보로 부당 이익을 취한 옛 사례들을 임직원들에게 공유하면서, 규정 준수를 다시 강조했다는 겁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조금 생각이 많아졌어요.
'과거 사례를 다시 공지했다'는 건, 이미 있던 규정이라는 뜻입니다. 알고 있었다는 뜻이고요. 그런데도 일이 벌어졌다면, 문제는 몰랐던 게 아니라 다른 데 있는 거겠죠.
규정이 없어서 생긴 일이 아니라면, 규정을 다시 읽는 것으로 해결될까요. 저도 답을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겁니다.
내 연금을 굴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는 대개 모릅니다.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며 살죠. 그런데 그 '모른다'는 조건 위에 이 시스템이 서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소식이 나올 때, 한 회사의 사고로 넘기지 않고 조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