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7 23:51 · 팟캐스트
파편 하나도 못 가져왔습니다 🥾
조사에 유엔사 등 40여명 참가 지뢰매설 확인땐 정전협정 위반 韓, 정부 차원 강력 대응 불가피 국힘 “김정은 심기 살펴” 비판속 한동훈은 ‘軍·유엔사 갈등’ 제기 합참 “관련사안 보안사항” 해명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9월 27일 기준으로, 오늘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성인 허리 높이까지 자란 수풀. 발밑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 한 사람이 지뢰 탐지기를 들고 앞으로 나갑니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땅이에요. 길이 없는 곳에 길을 처음 내는 작업. 그날 그곳에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9월 21일이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수색로를 개척한다는 말, 뉴스에서는 한 줄로 지나가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발 한 번 내디딜 때마다 판단을 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탐지기가 반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없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목함 지뢰라는 게 있습니다. 나무 상자로 만든 지뢰예요. 금속이 거의 안 들어가니까, 탐지기가 잘 못 잡습니다.
그리고 엿새가 지나서야 현장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여기서 이야기가 갈라져요. 한쪽에서는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묻습니다. 비가 오면 현장이 씻겨 내려가는데, 증거가 사라지면 어떻게 밝히냐는 거죠.
다른 쪽 설명은 이렇습니다. 폭발이 한 번 일어난 땅이라는 건, 두 번째가 없다는 보장이 없다는 뜻이라고요. 조사하러 들어간 사람이 또 다칠 수 있다는 거예요.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라서, 저는 여기서 좀 멈췄습니다.
그런데 뒤집히는 대목이 하나 있어요. 그렇게 시작된 조사에서, 정작 폭발이 일어난 지점까지는 못 갔습니다. 근처까지만 접근했어요.
그러니까 파편을 줍지 못했습니다. 그게 제일 중요한 물건인데요. 북한 지뢰인지 우리 지뢰인지를 가르는 건 결국 그 조각이니까요.
사고 지역은 북한이 지뢰를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수십 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한 거리죠. 비에 떠내려온 지뢰가 강화도 해안에서 발견된 적도 있으니까요.
지금 확보된 건 몸에 남은 것들입니다. 지뢰 덧신, 화약 흔적을 닦아낸 거즈, 수술하면서 꺼낸 파편. 그게 국과수로 갔고, 첫 결과가 이번 주 안에 나올 예정입니다.
다친 사람의 몸에서 나온 조각으로 원인을 찾는 상황이에요.
저한테 남은 건 이런 겁니다.
이 사안에서 사람들은 빠르게 편을 나눕니다. 왜 늦었냐, 안전이 먼저다. 누가 조사를 막았냐, 아니다 협조했다. 국회에서는 누가 현장에 가고 누가 안 가는지가 또 뉴스가 되고요.
그 사이에 다친 사람이 있습니다. 허리까지 오는 수풀 속에서, 처음 길을 내던 사람이요.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겁니다.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어요. 북한 지뢰라는 말도, 아군 지뢰라는 말도, 지금은 전부 주장입니다. 파편을 아직 못 주웠으니까요.
확정되지 않은 걸 확정된 것처럼 말하는 목소리가 양쪽에서 다 나올 겁니다. 그럴 때 한 번 되물어보면 좋겠어요. 그래서, 파편은 찾았나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