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7 19:04 · 팟캐스트
브리지론부터 막혔다는데, 지방 아파트는 누가 짓나요 🧱
PF 자금 대형사·수도권 쏠림에 지방은 브리지론부터 완전 막혀 돈맥경화 안풀리면 공급난 장기화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9월 27일 기준으로 나온 이야기를 하나 가져왔습니다.
상상해봅시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삼십 년 동안 아파트를 지어온 회사가 있어요. 땅을 봐뒀고, 인허가도 받았습니다. 이제 돈만 있으면 착공이죠. 그런데 은행 문을 두드리는데, 열리지 않습니다. 한 곳도요.
이게 지금 4년째 계속되고 있는 풍경입니다.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을 때는 보통 자기 돈으로 하지 않습니다. 땅을 살 때 먼저 짧게 빌리는 돈이 있어요. 브리지론이라고 부릅니다. 이걸로 땅을 확보하고, 그다음에 본격적인 사업 자금을 조달하죠.
그런데 지금은 그 첫 단계부터 막혀 있습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쪽 얘기를 보면, 지방은 브리지론부터 완전히 닫힌 상태라고 해요. 첫 계단이 사라진 셈이죠.
왜 이렇게 됐을까요. 2022년 9월에 레고랜드 사태라는 게 있었어요.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채권이 부도 처리되면서, 금융권 전체가 부동산 대출에 얼어붙었습니다. 그 뒤로 돈이 아주 조금씩만 풀렸는데, 그마저도 대형 건설사의 수도권 사업장으로 갔습니다.
그래서 중소·중견 건설사의 주택 공급이 어떻게 됐냐면요. 2021년에 짓던 물량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 5년 만에요.
여기서 좀 더 넓혀보겠습니다.
이게 건설사 몇 곳의 경영난으로 끝나는 얘기가 아니에요. 지방에서 아파트를 짓는 곳은 대부분 이 회사들입니다. 대형사는 수도권에 집중하죠. 그러니까 이 회사들이 문을 닫으면, 그 지역에 새 집을 지을 주체가 사라집니다.
전체 분양에서 이 회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엔 절반을 넘었어요. 지금은 셋 중 하나 정도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문을 닫고 있습니다. 올해 폐업 신고한 종합건설업체가 641곳이에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분의 1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좀 이상한 지점이 하나 있어요.
올해 들어 9월까지 보면, 중소·중견사의 공급 물량이 작년보다 19%쯤 늘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회복된 것처럼 보이죠.
근데 아니라는 거예요. 대부분 예전에 인허가 받아둔 물량을 이제야 밀어내듯 분양하는 거라고 합니다. 새로 시작한 사업이 아니라, 창고에 쌓여 있던 걸 꺼내는 거죠. 그러니까 이 숫자가 다 소진되면 그다음엔 정말 아무것도 없을 수 있습니다.
지표가 좋아 보일 때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정부가 8월에 대책을 내놨습니다. 중소·중견사를 위한 PF 특별보증을 확대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요. 정부가 뒤를 받쳐주니 은행이 돈을 빌려줄 수 있게 하자는 거죠.
그런데 업계에서는 이걸로 충분하겠냐는 반응이 나옵니다. 보증이 있어도 결국 은행이 사업성을 본단 말이에요. 지방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상태에서는, 보증 한도가 늘어도 그 돈이 지방까지 내려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가 계속 생각하게 되는 건 이 부분입니다. 집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늘 서울 기준으로 나오죠.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일은 서울 얘기가 아닙니다. 지방에서 집을 짓던 회사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 거예요.
당장은 표가 나지 않습니다. 이미 지어진 집이 있고, 오히려 지방은 미분양이 문제라고 하니까요. 하지만 3년, 5년 뒤에 그 지역에서 새 집이 필요해질 때, 지을 사람이 남아 있을까요. 건설 능력은 회사가 문을 닫으면 같이 없어집니다. 사람도 흩어지고, 협력업체도 흩어지고요.
이건 답을 제가 갖고 있지 않은 문제입니다. 돈이 안 도는 곳에 억지로 돈을 넣는 게 맞는지, 그것도 판단이 어려운 문제고요.
오늘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겁니다. 지방 주택 공급은 지금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을 주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숫자가 잠깐 좋아 보이는 건 창고를 비우는 중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