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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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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7 18:49 · 팟캐스트

새벽 5시에 원화를 빌려야 한국 주식을 살 수 있었습니다 🌙

■예탁원, 결제촉진대금 증권납부 도입 주식, VaR 적용해 담보가치 산정 외인·기관 등 현금부담 절반 줄듯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7일 기준, 한국 주식시장의 아주 오래된 관행 하나가 바뀐다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새벽 다섯 시. 런던의 한 펀드 매니저가 아직 어두운 사무실에 앉아 있습니다. 한국 시장이 열리기 전에 돈을 구해야 하거든요. 원화를요. 그것도 딱 몇 시간만 쓸 원화를, 비싼 이자를 물고 급하게 빌립니다. 왜 그랬을까요. 한국에서 주식을 사려면, 돈을 다 정산하기 전에 주식을 먼저 받아오는 절차가 있습니다. 그 대가로 보증금을 맡겨야 해요. 그런데 이 보증금은 오직 현금, 그것도 원화 현금이어야 했습니다. 채권을 산더미처럼 들고 있어도 소용이 없었어요. 주식이 계좌에 가득해도 안 됐습니다. 현금을 내놓으라니까요. 그래서 시차가 다른 해외 기관들은 한국 시간 오전 일곱 시에서 아홉 시 사이, 그 새벽에 원화를 구하러 다녔습니다. 환율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간에요. 이걸 매일 반복합니다. 이번 달 말부터는 이 보증금을 국채나 주식으로 낼 수 있게 됩니다. 국채의 경우, 백억 원어치를 들고 있으면 구십팔억 원까지 담보로 인정해줍니다. 거의 현금처럼 봐주는 거죠. 저는 이 대목이 좀 신기했어요.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이미 충분한 자산을 가진 사람에게도 "그건 그거고, 현금 가져와" 라고 했던 겁니다. 그런데 이게 외국인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국내 증권사들도 똑같았습니다. 매일 아침 수천억 원이 그냥 잠겨 있었어요. 어디에 투자할 수도, 빌려줄 수도 없는 돈이었죠.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그만큼 사라지는 셈입니다. 예탁결제원은 이번 제도 변화로 기관들이 묶어둬야 하는 현금이 절반 이상 줄어들 거라고 봅니다. 잠겨 있던 돈의 절반이 풀린다는 뜻이에요. 그럼 좋은 일만 있는 걸까요.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담보로 받은 주식은 값이 움직이잖아요. 아침에 백억이던 게 점심에 구십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제도에는 안전장치가 붙었어요. 결제일마다 담보 가치를 실시간으로 다시 계산하고, 부족해지면 더 채워 넣으라고 요구합니다. 편해진 만큼 관리해야 할 것도 늘어난 거죠. 편의와 위험은 보통 같이 옵니다. 한쪽 문을 열면 다른 쪽에서 바람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리고 이 변화가 노리는 더 큰 그림도 있습니다. 해외 기관들이 한국 시장을 두고 오랫동안 불편하다고 지적해온 게 바로 이 미리 돈을 넣어두는 관행이었어요. 그게 완화되면, 한국 증시가 선진국 지수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 하나가 정리되는 셈입니다. 다만 이건 발판이 마련됐다는 이야기지, 결정된 건 아니에요. 그 점은 구분해서 들으셔야 합니다. 제가 이 소식에서 가장 오래 생각한 건 이런 부분이었습니다. 돈이 잠겨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그건 그냥 숫자가 멈춰 있다는 뜻이 아니잖아요. 누군가가 새벽에 일어나 비싼 이자를 물고, 환율 걱정을 하면서 며칠씩 반복하는 일이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도라는 게 결국 그런 거더라고요. 조항 한 줄이 바뀌면, 누군가의 새벽이 바뀝니다. 물론 이 변화가 시장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거래가 활발해질 거라는 기대도 있고, 회전율이 너무 올라가면 그건 또 다른 얘기가 되겠죠. 그건 시간이 알려줄 겁니다. 오늘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겁니다. 한국 시장에는, 돈이 있어도 현금이 아니면 인정하지 않는 규칙이 오래 있었습니다. 이번 달 말부터 그게 바뀝니다. 이게 잘 작동하는지 지켜보는 건, 앞으로의 일이겠죠.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