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7 18:34 · 팟캐스트
알선한 사람은 징역 4년, 청소년의 성을 산 5명은 전원 집행유예 🪶
■온라인 파고든 청소년 성범죄 2021년 190건→작년 609건으로 피해경로 채팅앱 등 온라인 집중 최초 착취 연령도 6년째 낮아져 피고인 66% 집유…평균 징역 2년 “중대 범죄…처벌 실효성 높여야”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9월 27일, 오늘 이야기할 건 법원 판결문 몇 장에서 시작합니다.
한 판결이 있었어요. 대전고등법원입니다.
휴대폰 앱으로 중학생까지 포함된 미성년자 성매매를 알선한 20대. 징역 4년, 실형입니다. 그 앱을 통해 실제로 청소년의 성을 산 남성은 다섯 명이었어요. 다섯 명 모두, 집행유예. 한 사람도 수감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사건, 같은 재판부입니다. 알선한 사람은 갇혔고, 산 사람은 집으로 갔어요.
저는 이 대목에서 잠깐 멈췄습니다.
성을 산 사람들 쪽 이야기를 좀 보죠. 올해 6월 의정부지법 판결이 하나 있었어요. 랜덤채팅 앱에서 만난 10대에게 5만 원을 건넨 30대 남성입니다.
이 사람이 법정에서 뭐라고 했느냐. 조건만남 그만두라고 훈계했고, 사정이 딱해 보여서 호의로 용돈을 줬다고요.
훈계와 호의. 그 단어를 골랐다는 게 저는 좀 걸렸어요. 자기가 한 일을 그렇게 정리해도 된다고 생각한 거잖아요. 그리고 결과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었습니다.
이게 예외적인 판결이냐.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4년에 나온 아동·청소년 성매매 판결을 전수로 훑었어요. 삼백일흔세 건입니다. 거의 다 징역형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중 셋에 둘은 집행유예였어요. 형이 선고되고, 그 형이 멈춥니다. 평균 형량은 징역 2년 정도였습니다.
법정에는 앉아 있었는데, 교도소에는 안 가는 구조예요.
그런데 정작 사건 숫자는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2021년에 아동·청소년 성매수로 접수된 사건이 백구십 건이었어요. 지난해에는 육백 건을 넘겼습니다. 4년 만에 세 배가 넘었죠. 올해는 상반기만 지나고도 이미 이백육십 건입니다.
여기서 한 번 짚고 갈 게 있어요. 성매수라는 말이 성을 직접 사는 행위만 뜻하는 게 아니에요. 아이에게 성을 팔라고 권하거나 꾀어내는 것도 여기 들어갑니다.
왜 늘어났을까요. 뒤집어보면 조금 이상한 지점이 있어요.
2004년 성매매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단속이 강해졌어요. 집결지도, 업소도 줄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건 정리가 된 거죠.
그런데 그게 사라진 게 아니라 옮겨갔어요. 아이들이 매일 들여다보는 화면 안으로요.
성평등가족부 실태조사를 보면, 성착취 피해로 지원센터를 찾은 열두 살에서 열여덟 살 청소년의 피해 경로 중 열에 일곱이 SNS였습니다. 나머지 상당수는 일대일 채팅이나 랜덤채팅 앱이었어요.
접근 방식이 어떤지 아세요. 담배 대신 사주겠다고 말을 붙이는 경우도 있었어요. 열네 살, 열다섯 살한테요.
이게 기존 단속 방식으로 잡히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업소는 문이 있고 간판이 있잖아요. 쪽지 한 통은 그게 없습니다. 당사자가 신고하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드러나지 않아요.
그래서 이런 일도 생깁니다. 첫 피해를 당했을 때 열두 살 이하였던 아이가 2019년에는 한 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열두 명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는 나이가 내려가니까, 피해 나이도 같이 내려간 거예요.
남는 건 이 질문이에요.
왜 성을 산 사람은 풀려나는가.
이은의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어요. 법원에 아직도 피해 청소년의 자발성이 개입했다고 보는 인식이 남아 있다고요. 몰랐다, 먼저 다가왔다, 이런 주장이 계속 반복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겁니다.
한민경 경찰대 교수는 아예 단어를 바꿔야 한다고 했어요.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로 봐야 한다는 거죠. 아이가 돈을 받고 거래에 응했다 해도, 그걸 진짜 본인 뜻으로 보지 않는 게 청소년성보호법의 출발점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건 형량 표를 고치는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요. 아이의 성을 사는 일이 뭔지, 그걸 어떻게 읽느냐의 문제죠.
법은 이미 무겁습니다. 그 법을 적용하는 손이 가벼운 거예요.
오늘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겁니다.
처벌이 약한 게 아니라, 이 일을 얼마나 무겁게 볼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아직 없다는 것. 양형은 그 합의를 따라옵니다. 순서가 그래요.
주변에 이런 접근을 받는 아이가 있다면,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나 여성긴급전화 1366으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