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7 18:42 · 팟캐스트
커피값 200원, 왜 세 군데가 똑같이 올렸을까요 ☕
커피, 타이어 등 올해 가격 인상 업체 30곳 넘어 원자재·운송비 상승에 경쟁사도 잇달아 인상 강달러·유가 변동성에 가격 인상 압력 확대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9월 27일, 오늘 이야기는 커피값에서 시작합니다.
상상해봅시다. 출근길, 늘 가던 카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데, 결제 화면에 뜬 숫자가 어제와 다릅니다. 200원. 딱 200원이 올랐어요.
주문은 그대로 합니다. 200원 때문에 발길을 돌리는 사람은 거의 없죠. 그냥 "어, 올랐네" 하고 지나갑니다.
그런데 그 200원을 올린 쪽 사정도 좀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원두값이 올랐고, 컵값도 올랐고, 그 컵을 실어다 주는 운송비까지 올랐습니다. 올리지 않으면 남는 게 없는 상황이었을 수 있어요. 문제는, 올리면 손님이 떠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먼저 올리는 쪽은 사실 꽤 두려운 자리에 서 있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한 업체가 올렸는데, 손님이 안 떠났어요. 그 순간 옆 가게 사장님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아, 올려도 되는구나."
올해 프랜차이즈 커피업계에서 이런 일이 연달아 있었습니다. 상반기에 한 곳이 올리고, 6월에 또 한 곳, 8월에 또 한 곳. 각각의 이유는 다 달랐겠지만, 순서는 묘하게 줄을 섰어요.
한국은행이 지켜보는 게 바로 이 대목입니다. 한 업체가 얼마를 올렸느냐가 아니라, 그 다음이 얼마나 빨리 따라오느냐.
올해 가격 인상을 발표하거나 계획을 밝힌 업체가 벌써 서른 곳을 넘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나온 숫자와 거의 같아요. 아홉 달 만에 1년 치를 채운 셈이죠.
여기서 좀 뒤집어볼 게 있어요.
저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기름값 이야기가 제일 걸렸습니다. 국제유가는 지금 내려가고 있어요. 중동 정세 때문에 9월 중순에 확 튀었다가, 지금은 다시 진정되는 흐름입니다.
그러니까 비용 쪽 압력은 오히려 풀리는 국면이에요. 그런데 가격은 안 내려갑니다.
한번 올라간 가격은, 원인이 사라져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거든요. 이게 물가라는 게 무서운 이유인 것 같아요. 계단이랑 비슷하죠. 올라가는 건 한 칸씩 올라가는데, 내려오는 계단은 애초에 없습니다.
한은이 가장 신경 쓰는 건 그 다음 단계입니다.
가격 인상이 반복되면, 사람들 머릿속에 하나의 전제가 생깁니다. "앞으로도 오를 거야." 이 생각이 자리를 잡으면, 임금 협상도 그 전제 위에서 하게 되고, 가게 사장님도 미리 올려놓게 되고, 소비자도 지금 사두려고 합니다.
기대가 현실을 만드는 구조로 바뀌는 거예요. 경제학에서는 이걸 2차 파급효과라고 부르더라고요. 원인이 결과를 낳는 게 아니라, 예상이 결과를 낳는 겁니다.
여기까지 오면 기름값이 내려가든 환율이 안정되든, 물가는 따로 움직입니다. 원인에서 떨어져 나오는 거죠.
저는 이 대목이 좀 무서웠습니다. 우리가 커피값 200원 오른 걸 그냥 받아들이는 그 태연함이, 사실은 이 이야기의 재료라는 게요.
탓하려는 게 아닙니다. 200원 때문에 카페를 바꾸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저도 안 그럴 겁니다. 다만 그 작은 체념들이 모여서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건, 알고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오늘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겁니다.
물가는 숫자로 오지 않습니다. 감각으로 옵니다. "이 정도는 원래 이 가격이지" 하고 생각이 바뀌는 순간, 그 가격은 이미 새로운 기준이 된 겁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