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8 19:30 · 팟캐스트
내 SK하이닉스가 4.62% 빠진 날, 위로 올라갈수록 더 크게 빠졌습니다 🪆
솔리다임 내년 상장 추진설에 중복상장 따른 지분가치 희석 우려 SK하닉 -5%·스퀘어 -7% ‘반도체 지배구조 최상단’ SK도 -5%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8일, 장이 채 닫히기도 전에 벌어진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오후 3시 10분. 장 마감까지 이십 분 남은 시점입니다.
주식 계좌를 열어놓고 있던 누군가가 화면을 봤다고 상상해보시겠어요. SK하이닉스, SK스퀘어, SK. 세 개가 나란히 빨간색이 아니라 파란색입니다.
특히 SK스퀘어가 8퍼센트 가까이 빠졌습니다. 하루에요.
이 사람이 뭘 잘못한 걸까요. 실적이 나빠졌다는 발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반도체가 안 팔린다는 소식이 온 것도 아닙니다.
나온 소식은 이겁니다. 솔리다임이라는 회사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을 추진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그것도 아직 확정된 게 아니라 "추진설"입니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된 바 없다"고 했고요.
그런데 주가는 이미 움직였습니다.
솔리다임이 어떤 회사인지부터 보겠습니다.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낸드플래시를 하는 회사인데, 직접 자회사도 아니에요. SK하이닉스 아래 에이아이 컴퍼니가 있고, 그 아래 솔리다임이 있습니다. 손자회사죠.
저는 이 구조도를 보면서 좀 멀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주회사 SK에서 세어보면 네 단계 아래입니다.
그런데 그 네 단계 아래에서 난 소식이, 맨 위 SK 주가를 5퍼센트 끌어내렸습니다.
왜일까요.
여기서 '중복상장'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말은 어렵지만 뜻은 간단해요.
내가 SK하이닉스 주식을 갖고 있다고 해봅시다. 그 안에는 솔리다임이라는 알짜 자산이 들어있죠. 그런데 그 솔리다임이 따로 상장을 해버립니다. 그러면 솔리다임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은 SK하이닉스를 살 필요가 없어져요. 솔리다임을 직접 사면 되니까요.
내가 들고 있던 몫이 얇아지는 겁니다. 회사가 손해를 본 게 아니라, 내 지분에 담겨 있던 가치가 밖으로 나가는 거죠.
한국 시장이 이 문제에 예민한 건 처음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설"만으로도 반응이 이렇게 빠른 거고요.
그런데 여기서 좀 뒤집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솔리다임의 기업가치는 최대 204조 원대입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 상장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나와요. 이건 어디까지나 추정치인데요.
보통 그 정도로 큰 자산을 갖고 있다는 게 확인되면, 모회사 주식은 오를 만한 일 아닌가요.
내 집 마당에 값비싼 게 묻혀 있다는 게 밝혀졌는데, 집값이 떨어진 셈입니다. 왜냐하면 그걸 캐서 따로 팔 것 같아서요.
같은 사실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사이에서 갈리는 거죠. 갈리는 기준은 오직 하나입니다. 그 가치가 내 지분 안에 남는지, 밖으로 나가는지.
다만 짚어둘 게 있습니다. 이날은 반도체 전반이 약했어요. 삼성전자도 5퍼센트 가까이 빠졌고요. 신한투자증권 김기백 연구원은 오라클이 에이아이 데이터센터 가동 지연에 대비해 개발사에 통보를 보냈고, 장기 금리와 유가 부담 속에 에이아이 쪽 투자심리가 약해졌다고 봤습니다. SK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뜻이죠.
그래서 이 하락이 어디까지가 솔리다임 탓인지는, 솔직히 딱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이 대목에서 좀 걸린 건 다른 부분이었어요.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된 바 없다." 회사 입장은 이렇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이미 반영해버렸어요.
주주 입장에서는 확정되지 않은 일 때문에 손실이 났고, 확정되지 않았으니 항의할 대상도 없는 상태가 됩니다. 소식은 정보가 되어 먼저 움직였는데, 설명은 아직 아무도 하지 않은 시점이죠.
오늘 하나만 남기자면 이겁니다.
내가 주식을 갖고 있다는 건, 그 회사가 가진 것에 대한 몫을 갖고 있다는 뜻이에요. 그 몫이 얇아지는 방식은 회사가 망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좋은 걸 따로 떼어 파는 것도 포함됩니다.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뉴스에서 지배구조 이야기가 나올 때 한 번은 물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내 몫 안에 남는 일인가, 밖으로 나가는 일인가.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