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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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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8 09:58 · 팟캐스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EU가 27개국에 보낸 건 실내 온도 얘기였습니다 🌡️

중동발 공급 불안에 회원국 대응책 마련 촉구 피크 시간 전력·공공건물 난방 사용 줄여야 LNG·재생에너지 이용량 늘려 대응 여력 확보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6일 현지시간으로 전해진 소식 하나를 가지고 왔습니다. 유럽에서 온 편지 이야기예요. 상상해봅시다. 늦은 저녁, 유럽 어느 도시의 관공서 건물. 사람은 다 퇴근했는데 복도 조명은 그대로 켜져 있고, 실내 온도도 낮 시간과 똑같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그 건물의 온도가 조금 내려가고, 밤 조명 몇 개가 꺼집니다. 누군가 명령을 내린 게 아니에요. 그냥 편지 한 통이 왔을 뿐입니다. 그 편지를 쓴 사람은 단 요르겐센이라는 사람입니다. EU에서 에너지를 담당하는 집행위원이죠. 받는 사람은 27개 회원국의 에너지 장관들이었습니다. 편지 내용은 의외로 조심스러웠어요.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었습니다. 가스하고 전기 소비를 줄일 방법을 한번 검토해봐 달라, 이런 이야기였거든요. 왜 조심스러웠을까요. 그 사람 입장이 좀 미묘합니다. 위기라고 크게 말하면 시장이 놀라요. 가격이 더 튑니다. 그런데 아무 말도 안 하면 대비가 안 되죠. 그래서 편지에 이런 말을 굳이 넣었어요. 지금은 예전 그 겨울하고는 다르다고. 우리는 훨씬 잘 준비돼 있다고. 불안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준비는 시켜야 하는 자리. 저는 그 줄타기가 좀 인상적이었어요. 그런데 이게 왜 시작됐냐면,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곳 때문입니다. 페르시아만하고 오만만을 잇는 좁은 바닷길이에요. 전 세계 원유하고 액화천연가스가 거기를 지나갑니다. 씨앤지가 아니라 엘엔지, 천연가스를 아주 차갑게 얼려서 배에 싣는 그거요. 이란 전쟁으로 그 길이 위협을 받으니까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하고 이란이 해협 개방 논의를 하고 있는데, 진척이 없어요. 지도로 보면 정말 먼 곳이죠. 그런데 그 결과가 유럽 어느 건물의 실내 온도로 나타납니다. 저는 이 연결이 좀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가깝지도 않은 두 개가 한 줄로 이어져 있잖아요. 여기서 뒤집히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정부가 가격을 잡으려고 하죠. 에너지값 못 올리게 규제한다,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요르겐센 위원은 그 부분에 오히려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가격 규제는 신중하게 하라고요. 이유가 뭐냐면, 한 나라가 자기 국민 보호하려고 가격을 누르면 그 부담이 국경을 넘어서 옆 나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거예요. 유럽은 시장이 연결돼 있으니까요. 그래서 하더라도 대상을 명확히 하고, 한시적으로만 하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가격은 함부로 못 건드리고, 대신 소비를 줄여보라. 그게 이 편지의 결론이었어요. 그리고 제시한 방법들이 참 소박합니다. 전기 많이 쓰는 시간대에 좀 덜 쓰기. 공공건물 실내 온도 낮추기. 야외 난방 제한. 밤에 필요 없는 공공조명 끄기. 솔직히 이 목록을 보고 좀 허탈했어요. 전쟁 때문에 세계 유가가 흔들리는데, 대응책이 조명 끄기라니요. 그런데 요르겐센 위원은 이게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2022년 에너지 위기 때 자발적인 수요 감축이 유용했다는 게 증명됐다고요. 피크 시간대에 전기를 덜 쓰면 발전소에서 태우는 가스가 직접 줄어든다는 논리입니다. 저한테 남은 건 이 지점이에요. 거대한 사건에 대한 대응이 결국 아주 작고 개인적인 행동들의 합이라는 것. 조명 하나 끄는 게 전쟁을 막지는 못하죠. 그런데 그런 것들이 모여서 가스 수요를 줄이고, 그게 가격 압력을 낮춥니다. 이게 위안이 되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는 무력함인지. 저는 아직 판단이 안 서요. 두 가지가 동시에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겁니다. 이번 편지는 명령이 아니라 요청이었어요. 강제로 줄이라고 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검토해달라고 했습니다. 그게 지금 유럽이 서 있는 자리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위기라고 선언할 만큼은 아니지만,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어딘가.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