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8 12:54 · 팟캐스트
환율은 내려갔는데, 전망치는 30% 올라갔다고? 📈
증권사 전망치 일제히 상향 3개월만에 4700억→6000억 AI부품 호황이 환율부담 상쇄 “LTA 확대로 호실적 장기화”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8일 기준으로 나온 이야기를 하나 가져왔습니다.
한번 상상해 보시겠어요. 손톱보다 작은 부품이 있습니다. 쌀알보다도 작은 것들도 있어요. 그걸 서버 한 대에 수만 개를 심습니다. 공장 가동률은 91퍼센트. 쉬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뜻이죠.
이게 삼성전기 이야기입니다.
먼저 이 회사가 서 있던 자리를 좀 짚어볼게요. 수출기업이잖아요. 달러로 돈을 벌어서 원화로 바꿉니다. 그러면 환율이 떨어지면 손해예요. 같은 물건을 팔아도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드니까요.
그런데 올해 3분기 전망치가 올랐습니다. 그것도 많이요.
석 달 전에 증권사들이 봤던 숫자보다 3할 정도 높아졌거든요. 환율은 내려가는데 전망은 올라간 겁니다. 이런 일이 흔하지는 않아요.
이유는 하나입니다. 파는 양이 늘었어요. 환율로 깎이는 것보다 더 많이요.
여기서 조금 넓혀볼까요.
이게 한 회사의 운 좋은 분기 실적 이야기로만 들리면 아까워요. 저는 이 대목을 좀 다르게 봤습니다.
요즘 AI 이야기할 때 주로 뭐가 나옵니까. 반도체죠. 그래픽카드, 데이터센터, 이런 단어들이요.
그런데 서버 한 대가 돌아가려면 그 반도체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에요. 전류를 안정적으로 흘려주는 부품이 필요합니다. 그게 엠엘씨씨예요. 콘덴서라고 부르죠.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이걸 훨씬 많이 씁니다. 전기를 많이 먹고, 열도 많이 나고, 그만큼 전류를 촘촘하게 다스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이게 모자랍니다. 값도 오르고 있어요.
이 지점이 좀 뒤집히는 대목인데요.
보통 우리는 AI 경쟁을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드나'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병목이 생기는 곳은 거기가 아닐 수도 있어요.
이번 달 초에 삼성전기가 글로벌 빅테크와 계약을 하나 맺었습니다. 1조 원이 넘는 규모예요. 회사 역사상 엠엘씨씨 계약으로는 가장 컸다고 합니다.
돈 액수도 크지만, 저는 다른 게 눈에 들어왔어요.
빅테크가 왜 장기 계약을 하려고 할까요. 급할 때 사면 되는데. 선수금까지 미리 주면서요.
못 구할까 봐 그런 거죠.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들이 이 작은 부품을 미리 묶어두려고 줄을 서 있는 겁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물건이 없어서요.
그래서 삼성전기는 공장을 늘리고 있습니다. 필리핀에 짓고 있는 세 번째 공장은 내년 초에 돌린다고 해요. 부지 구하고 15개월 만에요. 공장 짓는 속도로는 꽤 빠른 편입니다.
부산 공장도 함께 늘려서, 생산 능력을 매년 두 자릿수로 키우겠다는 계획이고요.
여기서 제 마음에 좀 걸리는 게 있어요.
지금 이 시장이 좋은 이유는 물건이 모자라서예요. 모자라니까 값이 오르고, 값이 오르니까 이익이 늡니다.
그런데 모두가 공장을 늘리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되죠.
부품 산업의 역사를 보면 이 흐름은 반복됩니다. 부족했다가, 다 같이 늘렸다가, 남게 되죠. 반도체도 그랬고 디스플레이도 그랬어요.
물론 이번엔 다를 수도 있습니다. AI 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도 있고요. 저도 그건 모릅니다.
다만 '지금 좋다'와 '계속 좋을 것이다'는 다른 문장이에요. 증권사 전망치는 앞의 문장을 말하고 있는 거고요.
그리고 하나 더요. 이 전망치는 아직 실적이 아닙니다. 예상이에요. 석 달 전에 봤던 숫자가 지금 달라진 것처럼, 지금 숫자도 나중에 달라질 수 있어요.
오늘 하나만 남기자면 이겁니다.
AI 이야기를 들을 때, 눈에 보이는 것 뒤에 뭐가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똑똑한 모델 뒤에는 반도체가 있고, 반도체 뒤에는 그걸 기판에 붙이는 부품이 있고, 그 뒤에는 전류를 다스리는 쌀알만 한 것들이 있습니다.
사슬이 길어요. 그리고 사슬은 가장 약한 곳에서 끊어지죠.
지금 그 약한 고리가 어디인지를,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들이 선수금까지 걸면서 알려주고 있는 겁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