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8 15:36 · 팟캐스트
15년 전에 시작한 칠러 사업, 엔비디아 목록에 이름이 오르다 🧊
거시경제 악재 속 홀로 약진 냉각 솔루션 사업 탄력 전망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8일 아침, 장이 열리기도 전에 벌어진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상상해봅시다. 월요일 아침 여덟 시, 화면에는 붉은색이 가득합니다. 삼성전자도 내려가고, SK하이닉스도 내려가고, 전체 거래 종목이 다 같이 아래로 향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한가운데, 딱 한 종목만 3% 넘게 올라가 있습니다. LG전자입니다.
이게 오늘 이야기의 출발점이에요. 다 같이 내려가는데 혼자 올라간 이유. 전날 저녁에 발표가 하나 있었습니다. 엔비디아의 공식 파트너 목록에, 전력과 냉각 분야 담당으로 LG전자 이름이 올라갔다는 내용이었어요.
여기서 잠깐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엔비디아 하면 보통 반도체를 떠올리잖아요. 칩 얘기죠. 그런데 LG전자가 맡은 건 칩이 아니라, 그 칩을 식히는 일입니다.
AI 데이터센터라는 게 어떤 곳인지 한번 떠올려 보시겠어요. 서버가 빽빽하게 들어찬 방입니다. 그 서버들이 계산을 하면서 엄청난 열을 내요. 식혀주지 않으면 그냥 멈춰버립니다. 아무리 좋은 칩을 넣어도, 열을 못 잡으면 쓸 수가 없어요. 그래서 냉각이 부품 문제가 아니라 설계 문제가 됐습니다.
LG전자가 이 시장에 들어간 건 2011년이에요. 십오 년 가까이 된 일이죠. 처음에는 건물용 냉방 장비 만드는 회사가 데이터센터도 한다는 정도였을 겁니다. 그때는 AI라는 말이 지금처럼 쓰이지도 않았고요.
저는 이 대목이 좀 인상적이었어요. 십오 년 전에 시작한 일이 지금 갑자기 주목받는다는 게요. 그 사이에 이 사업이 회사 안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을지, 좀 궁금해지더라고요. 잘 안 될 때도 있었을 거고요.
그리고 뒤집어볼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보통 이런 소식을 들으면 "이제 시작이구나"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 순서가 반대예요. 올 상반기에 이미 6천억 원 규모의 주문을 받아둔 상태라는 게 증권가 추정입니다. 엔비디아 파트너 등재는 그 결과에 붙은 도장 같은 거죠. 물건을 먼저 팔았고, 인증은 나중에 온 겁니다.
그런데 이 주문이 실제 돈으로 들어오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반년에서 아홉 달 정도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그날 매출이 되는 게 아니라, 만들어서 보내고 설치까지 마쳐야 숫자로 잡히는 구조거든요.
그래서 제 마음에 걸린 게 이 부분이었습니다. 주가는 발표 다음 날 아침에 반응했어요. 하지만 그 발표가 가리키는 실적은 내년 이야기입니다. 시차가 있는 거죠. 지금 오른 3%는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한 기대인 셈이에요.
기대가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 기대가 채워지려면, 십오 년을 들인 것처럼 또 몇 달이 흘러야 한다는 것. 그게 이 소식의 실제 크기 아닐까 싶어요.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겁니다. AI 시대의 경쟁은 더 빠른 계산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 그 열을 어떻게 내보낼까 하는 데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 눈에 잘 안 띄는 자리에서 오래 준비한 쪽이 지금 호명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오늘 말씀드린 수주 규모와 내년 전망은 증권가 추정치입니다. 확정된 숫자가 아니라는 점, 함께 기억해 주시면 좋겠어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