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8 18:37 · 팟캐스트
1억 1,049만 쌍을 대조했더니, 기사 뜬 날 주가가 1.17배 흔들렸습니다 🗺️
■ 기업 데이터플랫폼 오픈 102개 기업집단·4167개 계열사 지배구조 한눈에 정책 50건·기사 11만건·주가 데이터 AI 분석 기업·정부·국회·언론 연결…4개 언어로 제공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8일, 서울경제신문이 새로 문을 연 데이터 플랫폼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한 장면을 떠올려 보시겠어요.
뉴욕이나 싱가포르 어딘가의 사무실. 아시아 주식을 담당하는 펀드매니저가 한국 기업 하나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실적은 괜찮아 보여요. 그런데 문서를 열어보니 처음 보는 단어가 나옵니다.
동일인.
영어로 옮기면 "the same person" 정도가 되겠죠. 그런데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습니다. 사람 이름인가, 법인 이름인가, 아니면 회계 용어인가.
이게 한국 기업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처음 마주치는 벽입니다.
동일인은 우리한테도 설명하기 까다로운 개념이거든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기업집단을 실제로 지배하는 사람은 이 사람이다"라고 지정하는 제도입니다. 1987년에 도입됐어요. 그 사람이 정해지면 친족이 누구인지, 어느 회사가 계열사에 들어가는지가 줄줄이 따라서 결정됩니다.
문제는, 이 개념이 한국 말고는 거의 없다는 점이에요.
여기에 순환 출자까지 얹히면 더 복잡해집니다. A가 B의 지분을 갖고, B가 C를, 그리고 C가 다시 A를 갖는 구조. 고리처럼 빙 돌아가죠. 지분을 따라가다 보면 원래 자리로 돌아와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요. 이 회사가 누구 말을 듣고 움직이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소유 구조가 안 보이면, 결국 판단을 미루게 되죠. 안 사는 쪽으로요.
그래서 이 플랫폼이 한 일이 뭐냐 하면, 그 지도를 그려준 겁니다.
올해 공정위가 지정한 기업집단이 102개, 거기 딸린 계열사가 4천 곳을 넘습니다. 그 얽힌 관계를 그래프로 풀어놨어요. 상장사 최대주주에서 시작해서 그 위의 최대주주, 또 그 위로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마지막에 정점이 나옵니다. 그 경로가 선으로 이어져 보이는 거죠.
한국어만이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요.
여기서 예상과 좀 다른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이런 플랫폼이라면 지배구조 지도까지가 끝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거기에 뉴스와 주가를 붙였더라고요.
서강대 연구실과 같이 분석을 했다고 해요. 1998년부터 2024년까지, 정부 정책과 그에 얽힌 기사, 그리고 상장사 주가 데이터를 전부 맞춰봤습니다. 기사와 종목을 조합한 쌍이 1억 개를 넘었다고 하니까, 사람 손으로는 못 할 일이죠.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정부 정책 발표를 앞두고 어떤 기업 이름이 기사에 등장한 날, 그 종목의 주가는 평소보다 좀 더 크게 흔들렸다는 겁니다. 평소의 1.17배.
숫자 자체는 크지 않아 보이죠. 그런데 이게 26년 치를 다 모아서 나온 평균이에요. 정책이 나오기 전에 뉴스가 먼저 움직이고, 그 뉴스에 주가가 반응한다는 흔적이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시점이 업종마다 달랐다고 합니다.
어떤 업종은 정책 발표 훨씬 전부터 술렁이고, 어떤 업종은 발표가 나고 나서야 반응한다는 거죠. 같은 정책이라도 시장이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조금 서늘했어요.
우리가 뉴스를 볼 때는 그냥 그날 기사 하나를 보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기사들을 26년 치 모아서 주가랑 겹쳐놓으면, 개인의 시야로는 보이지 않던 패턴이 드러납니다. 누가 먼저 알았고 누가 늦게 알았는지가 데이터에 남아 있는 거예요.
정보의 비대칭이라는 말이 있죠. 그게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무언가였다는 겁니다.
이제 남는 게 뭘까 생각해 봤습니다.
플랫폼이 하나 생긴 건 좋은 일입니다. 낯선 제도를 풀어서 설명해 주고, 복잡한 지분 관계를 눈에 보이게 만들었으니까요. 외국인이 한국 기업을 덜 헷갈려 하게 되겠죠.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지도가 필요하다는 건, 지형이 그만큼 복잡하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길이 단순하면 지도가 왜 필요할까요.
복잡한 구조를 잘 설명해서 보여주는 일과, 구조 자체가 왜 이렇게 복잡한지를 묻는 일은 다른 문제입니다. 앞의 일은 이제 좀 해결이 됐어요. 뒤의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죠.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앞의 일이 잘 되면, 뒤의 질문도 더 정확하게 물을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보이지 않는 걸 두고 따질 수는 없으니까요.
오늘 기억하실 만한 건 하나입니다.
한국 기업 구조가 복잡하다는 건 우리끼리는 익숙한 사실이에요. 그런데 바깥에서 보면 그게 그냥 "모르겠다"로 끝난다는 것. 그 "모르겠다"가 돈의 흐름을 막고 있었다는 것.
앞으로는 챗봇이나 요약 보고서도 붙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데이터도 계속 쌓아간다고 하고요. 관심 있으시면 한 번 들여다보셔도 좋겠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