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8 13:03 · 팟캐스트
2년 만에 다시 만들기로 한 기침약, 그동안 성인은 어디로 갔을까 🧃
원료 수급난에 성인용 파우치 생산 중단 소아용 제품 우선 공급…원료 확보로 재생산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9월 28일 기준으로, 오늘은 약국 진열대에서 조용히 사라졌던 약 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한 번 상상해봅시다. 목감기가 심하게 와서 기침이 멈추지 않는 밤이에요. 다음 날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처방전을 쓰다가 잠깐 멈춥니다. "이거 지금 안 나오네요." 그러고는 다른 약으로 바꿔 적어요.
이런 순간이 지난 2년 동안 진료실에서 꽤 자주 있었던 것 같아요.
대원제약이라는 회사가 만드는 기침약이 있습니다. 어른이 먹는 파우치 형태, 그리고 아이가 먹는 병 형태. 같은 약인데 포장이 두 가지였어요. 그런데 2024년에 원료가 부족해졌습니다. 호흡기 환자가 몰리면서 약을 만들 재료 자체를 구하기 어려워진 거죠.
회사는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둘 다 안정적으로 만들 수는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아이 약을 남겼습니다. 어른용 파우치는 한시적으로 멈췄어요.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어른은 대신 먹을 수 있는 약이 여러 개 있는데, 아이는 그렇지 않다는 거였죠.
저는 이 대목이 좀 오래 남았어요.
우리는 보통 이런 결정을 뉴스로 보지 않거든요. 어느 회사가 무슨 제품을 단종했다, 정도로 지나가죠. 그런데 그 뒤에는 누군가가 회의실에서 "아이 쪽을 먼저 챙기자"고 말한 순간이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 좀 예상과 다른 이야기가 나와요.
이 약이 2년 만에 다시 돌아옵니다. 다음 달부터 공급이 시작돼요. 원료 수급이 안정된 것도 이유지만, 회사가 밝힌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의료 현장에서 요청이 꾸준히 이어졌다는 거예요.
대체할 약이 여러 개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도 계속 찾았다는 거죠.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요. 약이라는 게 성분만 같으면 다 똑같은 게 아닌 것 같아요. 파우치는 물 없이도 짜서 먹을 수 있죠. 출근길에도, 사무실에서도. 어떤 환자에게는 그 형태 자체가 복용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조건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대체 가능하다는 말과, 대체해도 괜찮다는 말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이 이야기에서 제 마음에 걸리는 건 이런 부분이에요. 원료 하나가 부족해지면 진료실의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대부분 환자에게 알려지지 않죠. 처방전이 조용히 다르게 쓰이는 것뿐이니까요.
이번에는 2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돌아오지 못하는 약도 있을 거예요.
오늘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런 걸 남겨두고 싶어요. 약이 사라지는 일은 뉴스가 되지 않지만, 누군가는 그 빈자리를 매일 겪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빈자리를 메우자고 계속 말한 사람들이 있어서, 2년 뒤에 다시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
복용 중인 약이 갑자기 바뀌었다면, 이유를 한 번 물어보셔도 좋겠습니다. 의사나 약사가 알고 있을 거예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