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8 21:07 · 팟캐스트
DMZ 폭발 현장에 있던 병력,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 🧩
폭발물 잔해 확보 여부가 핵심변수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9월 28일 기준입니다.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 그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 번 상상해보시겠어요.
숲입니다. 발밑은 낙엽과 풀. 누군가 앞서 걸어간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고, 그 뒤를 따라 걷습니다.
그러다 폭발음이 났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눈에 들어온 게 있었습니다. 터지지 않은 무언가가 하나 더 있었다는 겁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잠깐 멈췄어요.
그 순간에 사람이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소리가 나고, 흙이 튀고, 동료가 쓰러진 직후에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본 것을 기억해내서 진술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합참 발표에 따르면 증언이 엇갈렸습니다. 어떤 사람은 "형상은 목함지뢰와 비슷했고 재질은 플라스틱으로 보였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다른 종류로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목함지뢰라는 게 북한군이 쓰는 나무 상자형 지뢰입니다.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서, 금속 탐지기에 잘 안 잡히는 게 특징이죠.
이게 왜 중요한가 하면, 그 종류에 따라 이 사고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증언이 갈렸습니다.
저는 여기서 사람을 탓하는 마음이 안 들었어요. 그렇죠. 엄청난 소음과 충격 속에서, 몇 초 사이에 스쳐 본 것을 나중에 정확히 재구성하라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사람의 기억은 그런 상황에서 가장 흐려집니다. 오히려 증언이 똑같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군은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부상자들이 입고 있던 장구류. 화약 흔적을 채취한 거즈. 수술하면서 몸에서 꺼낸 파편들. 이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습니다.
이 목록을 읽다가 좀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몸에서 나온 파편이 증거가 되는 거예요. 사람이 다친 자리에 남은 것들이 지금 이 사건의 진실을 알려주는 유일한 물건이 된 겁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현장 조사를 하고 있으니 정리되는 대로 국민들께 투명하게 설명하겠다"고 했습니다. 1차 감정 결과는 금명간 나올 예정입니다.
그런데 뒤집어서 생각해볼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보통 우리는 사고가 나면 답이 빨리 나오기를 원하잖아요. 누가 잘못했고,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오늘 알고 싶어 하죠.
그런데 이번 경우는 오히려 반대입니다. 목격 증언이 명확했다면, 그걸 그대로 믿고 결론을 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엇갈렸기 때문에, 지금 군은 증언 대신 물증을 찾으러 가고 있습니다.
느려 보이지만, 이게 더 정확한 길일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사안에서 계속 걸리는 게 하나 있어요.
터지지 않았다는 그 하나.
그건 아직 거기에 있을 겁니다. 누군가는 그걸 확인하러 가야 합니다.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도, 다음 사람을 위해서도요.
폭발한 것 하나를 조사하는 일과, 폭발하지 않은 것 하나를 회수하는 일. 둘 다 사람이 몸으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오늘 하나만 남기고 싶어요.
증언이 엇갈렸다는 건 누군가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람이 극한 상황에서 본 것을, 사람의 방식으로 기억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결론을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말을, 답을 못 찾았다는 뜻으로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