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LENS

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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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8 08:56 · 팟캐스트

GPU 먼저 만들고 메모리 끼우던 시절이 끝났습니다 🤝

28일 코리아소사이어티 갈라 참석 두 달 만에 AI 반도체 수장 한자리 HBM4E·HBM5 등 장기 협력 주목 AI팩토리·파운드리로 확대 가능성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8일, 뉴욕에서 열릴 저녁 행사 하나를 들여다봅니다. 상상해봅시다 — 뉴욕의 어느 호텔 연회장. 저녁 여섯 시. 상을 받는 사람이 한 명 있고, 그 사람과 악수하려고 온 사람들이 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이재용, 최태원입니다. 상 받는 사람은 젠슨 황이죠. 두 달 전에도 세 사람은 만났어요. 샌프란시스코였습니다. 그런데 두 달 만에 또 만납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왜 이렇게 자주 만나야 하는 걸까요. 예전 반도체 업계는 이런 식이었습니다. 설계하는 회사가 칩을 다 만들어 놓고, 그 다음에 메모리를 고릅니다. 마치 컴퓨터 조립하듯이요. 이거 쓸까, 저거 쓸까.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안 됩니다. AI 칩은 데이터를 엄청나게 빨리 빨아들여야 하거든요. 그래서 메모리와 칩을 처음 설계할 때부터 같이 그려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이걸 공동 설계라고 부릅니다. 같이 그린다는 건, 서로의 3년 뒤 계획을 미리 보여준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만남은 물건을 사고파는 자리가 아니에요. 몇 년 뒤 어떤 제품을 만들지, 그 설계도를 서로 공유할 만한 상대인지 확인하는 자리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관계가 좀 이상해 보입니다. 파는 쪽과 사는 쪽인데, 파는 쪽 형편도 만만치 않거든요. HBM이라고 불리는 이 메모리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세상에 몇 곳 없습니다. 엔비디아도 이걸 못 구하면 칩을 완성할 수가 없어요. 반대로 삼성과 에스케이 입장에서는, 엔비디아가 앞으로 어떤 칩을 만들 건지 미리 알아야 공장에 얼마를 투자할지 정할 수 있죠. 서로가 서로의 계획을 필요로 하는 구조입니다.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가 흐려져요. 그리고 이야기는 메모리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엔비디아와 함께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습니다. 2기가와트 규모라고 하는데요. 이게 감이 잘 안 오죠. 원자력발전소 두 기가 만들어내는 전력을 데이터센터 한 곳이 쓴다는 얘깁니다. 컴퓨터 이야기였던 게, 어느새 전기 이야기가 됐어요. 삼성도 비슷한 걸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향이 좀 다릅니다. 엔비디아 칩을 잔뜩 들여와서, 반도체 공장 자체를 AI로 돌리겠다는 겁니다. 공장을 가상 공간에 똑같이 하나 더 만들어 놓고 거기서 먼저 돌려보는 방식이죠.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가, 반도체로 반도체 만드는 법을 바꾸고 있는 거예요. 저는 여기서 좀 멈춰 섰습니다. 이 모든 게 세 사람이 저녁 자리에서 악수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게요. 공식 협상 자리가 아니라고 합니다. 계약서도 안 나와요. 그런데 업계 사람들은 이 저녁 자리를 굉장히 주목합니다. 왜냐하면 수년 뒤 제품을 함께 개발할지 말지는, 결국 서로를 믿을 만한가에서 갈리니까요. 기술 이야기 같았는데, 끝에 가면 사람 이야기가 되는 겁니다. 그렇죠. 좀 낯설어요.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산업이 여전히 사람이 마주 앉는 자리에서 방향을 정한다는 게. 오늘 기억하실 게 있다면 하나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AI 경쟁은 누가 더 좋은 칩을 만드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누구와 몇 년 뒤까지 같이 갈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이런 만남 소식이 들릴 때, 그냥 사진 찍는 자리로 넘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거기서 정해지는 게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