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8 16:09 · 팟캐스트
HJ중공업 노사, 파업 한 번 없이 4개월 만에 끝냈습니다 🤝
“지속가능 성장 위한 노사 공감대로 조기 합의”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8일 기준으로, 조선소 안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상상해봅시다 — 봄에 시작한 대화가 있어요. 5월에 처음 마주 앉았습니다. 서로 인사만 나눈 자리였죠.
그리고 9월 중순, 합의문에 서로 이름을 적었습니다. 그 사이에 파업도, 천막도, 확성기도 없었습니다.
HJ중공업 노사 이야기입니다.
조선소 임단협이라고 하면 보통 떠오르는 장면이 있잖아요. 작업복 입은 사람들, 머리에 띠 두르고, 정문 앞에 서 있는 모습. 실제로 지금 국내 다른 주요 조선사들은 아직 교섭이 안 끝났습니다.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왜 여기는 달랐을까요.
기본급은 8만 원 올리는 데 합의했습니다. 정액이니까, 신입이든 20년 차든 똑같이 8만 원입니다. 여기에 성과 격려금과 타결 격려금이 따로 붙었죠.
저는 이 대목에서 잠깐 멈췄어요. 기본급 인상폭이 크다고는 못 하겠거든요. 그런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열 명 중 일곱 명이 찬성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조선업이 어떤 산업이었는지 생각해보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불황기에 배 만드는 일자리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다 압니다. 도크가 비고, 협력사가 문을 닫고, 동료가 떠나던 시기를 겪은 사람들이죠.
지금은 업황이 돌아섰습니다. 수주 잔량이 쌓이고 있고, 회사는 친환경 선박, 특수선, 그리고 함정 정비 사업 같은 쪽을 키우겠다고 말합니다.
이럴 때 노조가 어떤 판단을 하는지가 재밌는 지점이에요. 지금 최대한 받아낼 수도 있고,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말하기 어렵죠.
뒤집어서 한 가지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첫 타결'이라는 게 늘 좋은 뜻인지요. 업계에서 처음 끝냈다는 건, 나중에 다른 회사들이 더 좋은 조건으로 타결했을 때 비교 대상이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조선소끼리는 서로 임금 수준을 다 알거든요.
그래서 먼저 끝내는 쪽은 부담을 안고 갑니다. 그걸 알면서도 끝낸 겁니다.
회사 대표는 "신뢰와 협력의 정신"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런 말은 보도자료에 워낙 많이 나오니까, 솔직히 흘려 읽기 쉬워요.
다만 저에게 남는 건 다른 부분입니다. 5월에 시작해서 9월에 끝났다는 시간의 길이요. 넉 달입니다. 빠르게 끝냈다고 하지만, 넉 달 동안 계속 마주 앉았다는 뜻이거든요.
싸우지 않았다는 건, 대화가 없었다는 게 아니었던 거죠.
오늘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겁니다.
갈등이 없어서 조용한 것과, 대화가 길어서 조용한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뉴스에 안 나오는 넉 달이 있었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