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8 19:51 · 팟캐스트
계약서에 도장 찍기 하루 전, 씨싸이트는 이미 상한가였습니다 🕰️
의류 OEM·ODM 업체 504억에 인수 본계약 본느 이어 두 번째 ‘K뷰티·패션’ 플랫폼 구축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8일 기준으로, 한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상상해봅시다 — 서울 어딘가의 사무실. 니트랑 셔츠 샘플이 걸려 있고, 북미 브랜드에서 온 주문서가 책상에 쌓여 있습니다. 26년째 그 일을 해온 회사예요.
그런데 지난주, 이 회사의 주인이 바뀌기로 결정됐습니다.
새 주인은 구미현 전 아워홈 회장입니다. 범LG가 사람이죠. 지난해 아워홈 지분을 한화 쪽에 넘기면서 3천억 원에 가까운 돈을 손에 쥔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 돈으로 뭘 할까. 이번 답이 나온 셈입니다.
먼저 화장품 회사 본느를 사들였고요. 이번엔 의류 만드는 씨싸이트를 504억 원에 인수합니다. 뷰티 하나, 패션 하나. 짝이 맞죠.
인수에 동원한 조합 이름을 보면 의도가 더 선명해집니다. '글로벌케이패션투자', '글로벌케이뷰티투자'. 이름에 케이패션, 케이뷰티를 그대로 박아놨어요. 뭘 하려는지 숨기지도 않은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씨싸이트는 지난해 매출이 1,697억 원이었습니다. 적은 돈이 아니죠. 그런데 영업이익은 2억 원 수준이었어요. 1,700억 원 가까이 팔아서 남은 게 2억 원. 이런 게 하청 제조업의 현실이거든요.
남의 브랜드 옷을 만들어 납품하는 구조에서는, 열심히 해도 이익이 잘 안 남습니다. 브랜드가 가격을 정하고, 공장은 맞춰야 하니까요.
그러니까 이 회사를 산다는 건, 잘 벌고 있는 회사를 산 게 아닙니다. 옷을 만들 수 있는 손을 산 거죠. 거기에 브랜드를 붙이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여기서 뒤집히는 대목이 하나 있어요.
주가입니다. 인수 계약을 체결한 건 23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하루 앞선 22일에 이미 상한가를 쳤어요.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날에요.
시가총액이 300억 원 중반대에서 750억 원으로 올랐습니다. 두 배가 넘죠.
발표 전에 올랐다는 건, 누군가는 알고 있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보가 미리 새어나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물론 확인된 건 아닙니다. 다만 순서가 이상하다는 건, 기록으로 남아 있죠.
제가 이 소식에서 오래 생각한 건 이 부분입니다.
같은 회사를 두고 두 가지 시선이 부딪혀요. 26년간 옷을 만들어온 공장이라는 시선. 그리고 대주주가 바뀌면 오르는 종목이라는 시선.
주가는 이틀 만에 답을 냈습니다. 범LG가가 들어온다니까 좋다고요. 그런데 그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어요. 임시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진이 선임돼야 경영권이 실제로 넘어가니까요.
시장은 빠르고, 회사는 느립니다. 이 간격에서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기다리는지, 저는 그게 궁금했습니다.
기억하실 것 하나만 남기겠습니다.
발표보다 주가가 먼저 움직였다는 사실. 이건 이번 인수의 성패와는 별개로 남는 기록입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