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LENS

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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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8 13:12 · 팟캐스트

대웅제약, 알약 설계를 AI에 맡기겠다고 선언한 날 💊

목표 약동학 특성 입력하면 처방·공정조건 제안 국민대·중앙대 등과 2029년까지 공동연구 실제 개발 과제·시생산에 적용해 성능 검증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8일에 나온 소식 하나를 들고 왔어요. 한 번 상상해봅시다. 실험실 선반 위에 알약 후보가 스무 개쯤 놓여 있습니다. 겉보기엔 다 똑같아요. 그런데 이 중에 하나만, 몸속에서 원하는 속도로 녹아 나옵니다. 어느 게 그 하나인지는 만들어서 먹여봐야 압니다. 조금씩 배합을 바꿔서, 다시 만들고, 다시 재고. 이게 제제 연구라는 일이에요. 약효 성분을 찾는 게 아니라, 그 성분을 어떤 옷을 입혀서 몸에 넣을지 정하는 일. 같은 성분이라도 빠르게 풀리게 할 수도 있고, 열두 시간에 걸쳐 천천히 풀리게 할 수도 있죠. 하루 세 번 먹던 약을 한 번으로 줄이는 게 여기서 갈립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거의 감(感)에 가깝다는 거예요. 경험 많은 연구원의 머릿속에 쌓인 데이터. 그게 자산인데, 동시에 병목이기도 하거든요. 대웅제약이 이 부분을 AI로 풀어보겠다고 나섰습니다. 산업통상부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고 28일 밝혔어요. 국민대, 중앙대, 에이아이제팜이 함께 참여합니다. 연구비는 2029년 12월까지 약 53억 원. 방식은 이렇습니다. 목표로 하는 흡수·배출 특성을 먼저 입력해요. "이 약은 몸에 들어가서 이런 곡선을 그리며 풀려야 한다"고요. 그러면 AI가 거기에 맞는 배합 후보를 내놓습니다. 어떤 첨가제를 쓸지, 어떤 조건에서 실험할지까지. 그리고 실험 결과를 다시 AI에 먹입니다. 틀렸으면 왜 틀렸는지 학습하는 거죠. 여기서 제가 좀 걸린 대목이 있어요. 이 컨소시엄이 플랫폼을 만들어서 자기들만 쓰겠다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웹 기반 구독형으로 상용화하겠다고 해요. 그러니까 다른 제약사도 돈 내고 쓸 수 있게 만든다는 거죠. 좀 이상하지 않나요. 제약사한테 제제 설계 노하우는 핵심 자산인데. 그걸 남들도 쓸 수 있는 도구로 내놓겠다는 거예요. 저는 이게 계산이라고 봤습니다. 노하우를 감춰서 지키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판단. 어차피 AI가 이 영역을 뒤집을 거라면, 남이 만든 도구에 종속되기보다 내가 그 도구를 만드는 쪽에 서겠다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남는 게 있어요. 제제 연구원의 감이라는 건, 실패한 기억이기도 하잖아요. 왜 이 조합이 안 됐는지, 어떤 조건에서 뭉쳐버렸는지. 그런 건 논문에 안 실립니다. 사람 머릿속에만 남아요. AI를 학습시키려면 그 실패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성공 사례만으로는 부족하죠. 문제는 실패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드물다는 거예요. 아무도 실패를 꼼꼼히 정리해두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이 프로젝트가 진짜로 시험하는 건 AI 성능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회사가 지난 수십 년간 자기 실패를 어떻게 기록해왔는지, 그게 드러나는 자리인 거죠. 2029년 12월. 4년쯤 남았습니다. GMP 기준으로 시생산까지 해보고 판단한다고 했어요. 만들어보고 실제로 쓸 만한지 확인한다는 뜻입니다. 그때 결과가 나오면, 저는 성능 수치보다 이걸 보고 싶어요. AI가 제안한 배합 중에 사람이 "이건 아닌데"라고 했다가 실제로 되어버린 게 몇 건인지. 그게 있으면 진짜 뭔가 바뀐 거고, 없으면 기존 감을 빠르게 재생한 것에 가까울 테니까요. 기억해두실 건 하나입니다. 제약 AI 소식이 나오면 보통 "신약 후보 발굴"에 시선이 갑니다. 그런데 약은 성분만으로 약이 되지 않아요. 어떻게 몸에 들어가느냐가 절반입니다. 그 절반이 지금 조용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