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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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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8 16:52 · 팟캐스트

동네의원 120곳, 29일부터 아프지 않게 관리해주는 곳이 됩니다 🩺

29일부터 전국 동네의원 120곳서 3년간 시범사업 50세 이상 대상…질병 치료부터 운동·식이·복약 상담까지 필요하면 전문의·병원 연결하고 방문진료·지역 돌봄도 연계 추가 본인부담 없어…통합수가 도입해 ‘예방·관리’에 보상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8일 발표된 소식 하나를 놓고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한번 상상해봅시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았어요. 혈당 수치 옆에 별표가 하나 붙어 있고, 밑에는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대부분은 이렇게 하죠. 종이를 접어서 서랍에 넣습니다. 나쁜 사람이라 그런 게 아니에요.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으니까요. 병원에 다시 가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저 혈당이 좀 높다는데요." 그러면 약을 주거나, 운동하고 식단 조절하라는 말을 듣고 나옵니다. 그게 끝이에요. 그 사이의 일들 — 뭘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어떤 운동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약은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지 — 그건 각자의 몫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서랍이 제일 편한 선택이 됩니다. 저는 이게 개인의 게으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 의료 시스템이 애초에 그렇게 설계돼 있었던 거죠. 의사가 진료를 하면 돈을 받습니다. 검사를 하면 돈을 받고요. 처치를 하면 또 받습니다. 행위별수가제라고 불러요. 그런데 "이 환자가 6개월 동안 혈당이 안 올라가게 잘 관리했다" — 여기에는 값이 붙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죠. 아프기 전에 막는 일에는 보상 구조가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동네의원은 아픈 사람을 고치는 곳이었습니다. 아프지 않게 지켜주는 곳은 아니었고요. 복지부가 어제 발표한 시범사업은 여기를 건드립니다. 전국 동네의원 120곳에서 시작해요. 의사 혼자가 아니라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까지 한 팀으로 붙습니다. 검진에서 이상 징후가 나오면 설명만 하고 끝내지 않고, 식습관 상담하고, 운동 방법 잡아주고, 약 복용까지 봐줘요. 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면 병원으로 연결해주고, 몸이 안 좋아서 나오기 힘들면 방문진료나 지역 돌봄 서비스까지 이어줍니다. 한국형 주치의. 정부가 붙인 이름이에요. 여기서 제가 좀 뜻밖이라고 느낀 대목이 있어요. 이런 서비스를 더 받으면 돈을 더 내야 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아니라고 합니다. 등록한 환자는 기존과 같은 수준의 본인부담금만 내면 돼요. 그럼 그 비용은 어디서 오느냐. 지불 방식 자체를 바꿨습니다. 통합수가라고 해서, 일정 기간의 건강관리를 하나로 묶어서 보상하는 방식이에요. 여러 직종이 함께 환자를 관리하는 데 드는 운영비도 따로 주고, 관리를 잘했을 때의 성과에도 보상이 붙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런 겁니다. 지금까지는 치료한 횟수만큼 돈을 줬어요. 앞으로는 아프지 않게 지킨 결과에도 돈을 주겠다는 거죠. 그런데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공모에 참여한 의원이 674곳이었는데, 선정된 건 120곳입니다. 그러니까 하고 싶다고 손을 든 곳 중에서도 다섯 중 하나 정도만 들어간 거예요. 게다가 이 120곳 중에서 자체적으로 팀을 꾸릴 수 있는 의원은 스무 곳뿐입니다. 나머지는 외부 기관과 협력해서 운영해요. 동네의원 혼자서 영양사와 사회복지사를 상시로 두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이 모델이 전국으로 퍼지려면 넘어야 할 게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 대상이 50세 이상 주민이에요. 만성질환 관리가 급한 연령대를 먼저 잡은 건 이해가 가는데, 그 아래 세대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습관은 사실 훨씬 이전에 굳어지잖아요. 시범사업은 약 3년입니다. 결과를 보고 확대할지, 제도로 만들지를 판단한다고 해요. 저는 3년이라는 기간이 묘하다고 느꼈어요. 짧지 않은 시간인데, 건강관리의 효과를 확인하기에는 또 넉넉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길이니까요. 하나만 남기고 마무리할게요. 이 소식의 핵심은 새 서비스가 생겼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프지 않게 지키는 일에 처음으로 값이 붙었다는 거예요. 그게 잘 되면, 서랍에 접어 넣은 검진 결과지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잘 안 되면, 120곳의 실험으로 남겠죠. 혹시 본인이나 가족이 50세 이상이고 만성질환 관리가 필요하다면, 동네 의원에 이 시범사업 참여 여부를 한번 물어보실 만해요. 자세한 내용은 보건복지부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