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8 21:11 · 팟캐스트
승선 명부 131명, 구조된 사람은 172명이었습니다 🧭
13일 악천후로 여객선 전복 최근 사망자 40여 명 무더기 발견 구조 당국, 구조 기간 일주일 연장 기울어진 선체, 파도로 구조 어려움 섬 많은 인니, 안전 규정도 잘 안지켜 2018년에도 167명 사망 대형 참사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8일 기준으로 들어온 소식 하나를 놓고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 자바해에서 있었던 여객선 침몰 사고예요.
한번 이런 장면을 떠올려보시겠어요.
밤바다입니다. 새벽 두 시. 배는 항구를 떠나 하룻밤을 지나고 있고, 선실 안에서는 사람들이 잠들어 있어요. 그때 기상이 나쁘다는 교신 하나가 갑니다.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연락이 끊긴 뒤 두 시간쯤 지나서야 구조 요청이 들어갔습니다. 그 두 시간이 어떤 시간이었는지는, 지금도 아무도 모릅니다.
배에 타고 있던 사람은 이백마흔세 명이었어요. 수라바야에서 반자르마신으로 가는 배였습니다. 우리로 치면 부산에서 제주 가는 정도의, 그 나라에서는 아주 흔한 뱃길이에요.
인도네시아는 섬이 만 칠천 개나 되는 나라거든요. 비행기도 있지만 배가 곧 버스이고 기차입니다. 그러니까 이 배에 탄 사람들은 특별한 여행을 떠난 게 아니었어요. 출장이었거나, 집에 가는 길이었거나, 그냥 일상이었던 거죠.
저는 이번 소식에서 좀 걸렸던 대목이 따로 있어요.
사고가 난 게 9월 13일입니다. 그리고 열흘쯤 지난 23일, 사망자는 스무 명이었어요. 그런데 거기서 닷새 사이에 마흔여섯 명이 더 확인됩니다.
숫자가 늘어난 게 아니에요. 찾은 겁니다.
그동안 물속에 있었던 분들을, 이제야 한 사람씩 데리고 나온 거죠. 잠수부들이 선실 창문을 깨고 들어가려 했는데, 물이 너무 탁하고 해류가 세서 눈으로 보고도 못 데려온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보이는데 손이 안 닿는 거예요.
파도는 어른 키를 넘었고, 물속 흐름은 시시각각 바뀌었습니다. 배가 기울어져 있어서 들어갈 수 있는 틈도 얼마 없었어요. 게다가 시신을 헬기로 옮기려다가, 근처 산불 연기 때문에 결국 육로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하나가 막히면 다른 하나도 막히는, 그런 상황이었던 거죠.
그런데 이 사고를 두고 현지에서 계속 나오는 이야기가 있어요.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2018년에는 화산 호수에서 여객선이 뒤집혀 백예순일곱 명이 숨졌어요. 올해도 여객선 화재가 두 건 있었습니다. 그중 한 건은 명부에 백서른한 명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실제로 구조된 사람과 숨진 사람을 합쳐보니 마흔두 명이 더 많았어요.
이게 무슨 뜻인지 생각해보면 좀 서늘합니다.
배가 떠날 때, 누가 탔는지 아무도 정확히 몰랐다는 거예요. 그러면 사고가 났을 때 누구를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겁니다. 지금 자바해에서 실종자가 예순아홉 명이라고 하는데, 그 숫자조차 확정된 게 맞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수색은 원래 일주일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당국이 일주일을 더 늘렸어요. 사흘마다 다시 판단한다고 하고요.
그 결정 뒤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죠. 항구에서, 병원에서, 명단을 다시 들여다보면서요. 그분들에게는 수색 연장이라는 말이 행정 절차가 아니었을 겁니다.
오늘 하나만 남겨두고 싶어요.
우리는 이런 소식을 들으면 사고를 먼저 봅니다. 파도가 셌구나, 날씨가 나빴구나 하고요. 그런데 이번 일에서 계속 반복되는 건 날씨가 아니라 명부예요. 누가 탔는지 적어두는 종이 한 장.
그게 없으면, 찾는 일 자체가 시작되지 않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