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LENS

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 오디오 목록으로

2026.09.28 20:13 · 팟캐스트

자진신고해서 과징금 깎아도, 5년 안에 또 걸리면 문을 닫습니다 🚪

17개 업종 ‘5년 내 2회’ 적발 땐 사업권 제한 리니언시 받아도 반복 담합 횟수 포함 과징금 강화 이어 구조적 조치까지 추진 조사조직 확대 예고…기업 대응 부담 커져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한 번 상상해보시겠어요. 마트 계산대 앞입니다. 밀가루 한 봉지를 집어 들었어요. 지난달보다 몇백 원 올랐네요. 아, 원재료값이 올랐나 보다. 그렇게 넘어갑니다. 그런데 그 인상이, 누군가 뒤에서 맞춘 숫자였다면요. 올해 공정위가 밀가루 만드는 회사들에 과징금을 물렸습니다. 담합이었어요. 설탕도 그랬고요. 제지, 전분, 그리고 은행의 대출 정보 교환까지. 다섯 건을 합치면 과징금이 2조 원을 넘습니다. 여기서 제가 좀 걸린 지점이 있어요. 2조 원이라는 돈은 회사가 냅니다. 그런데 우리가 더 낸 돈은 이미 우리 주머니에서 나간 거잖아요. 돌아오지 않죠. 그러니까 이번 발표의 핵심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문을 닫게 하겠다는 겁니다. 소방시설업, 의약품 제조, 가스, 전기공사, 석유, 폐기물, 여객 운송. 이런 열일곱 개 업종에서 5년 안에 두 번 담합이 걸리면, 공정위가 관계 부처에 등록취소나 영업정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됩니다. 왜 이 업종들이었을까요. 보시면 공통점이 있어요. 전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소방시설 업체를 직접 고르는 사람은 없죠. 약은 처방받은 걸 먹습니다. 가스는 들어오는 걸 쓰고요. 경쟁이 사라져도 소비자가 알아챌 방법이 없는 영역이에요. 그래서 여기를 먼저 손댄 겁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담합을 먼저 자진신고하면 처벌을 깎아주는 제도가 있어요. 리니언시라고 부릅니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은 내부자가 말해주지 않으면 잡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먼저 손 든 쪽에는 봐주는 거죠. 그런데 이번에 그 혜택 하나를 없앴습니다. 과징금 깎아주는 건 그대로 둡니다. 고발도 면해줍니다. 대신 시정조치는 깎아주지 않아요. 다른 회사들과 똑같이 받습니다. 그리고 그 횟수도 담합 전력으로 기록됩니다. 무슨 뜻이냐면요. 먼저 신고해서 벌금을 줄였더라도, 5년 안에 또 걸리면 영업정지 대상이 된다는 겁니다. 솔직히 좀 매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정조치 중에 가격재결정명령이라는 게 있습니다. 담합하기 전, 경쟁하던 시절의 가격으로 되돌려 놓으라는 명령이에요. 그동안은 어디까지 되돌려야 하는지가 애매했는데, 이걸 법에 직접 쓰기로 했습니다. 담합을 추적할 수 있는 기간도 늘어납니다. 기존 12년에서 15년으로요. 담합이 끝난 뒤에도 십 년 넘게 쫓아갈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런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한쪽 목소리도 같이 들어봐야 하잖아요. 재계에서는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합니다. 특히 공정위가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조치 중에 지분을 팔게 하거나 사업부를 떼어내게 하는 방안이 있어요. 한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정한 경쟁을 하자는 취지에 맞서기는 어렵지만, 회복하기 어려운 제재는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요. 저는 이 말에 일부는 동의합니다. 되돌릴 수 없는 처분은 정말 조심해야 하죠. 다만 생각해보면, 담합도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몇 년 동안 더 비싸게 산 소비자들이 그 돈을 돌려받는 방법은 없거든요. 양쪽 다 회복이 안 된다면, 어느 쪽 회복을 먼저 챙길 거냐는 질문이 남습니다. 저는 여기에 답을 갖고 있지 않아요. 기업이 사라지면 그 안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자리를 잃습니다. 그건 가벼운 일이 아니죠. 동시에 담합은 사고가 아니라 결정입니다. 회의실에서 누군가 합의한 결과예요. 그래서 이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지켜볼 만합니다. 아직 입법 방안이 발표된 단계니까요. 오늘 하나만 남기고 싶어요. 담합은 뉴스에서 큰 숫자로 나옵니다. 몇천억 원, 몇 조 원. 그런데 그 돈이 만들어진 자리는 마트 계산대였고, 약국 카운터였고, 도시가스 고지서였습니다. 아주 작게 쪼개져서 우리 각자에게 이미 청구된 돈이라는 거죠. 그 작은 몫들은 과징금으로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