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9 12:12 · 팟캐스트
동아리에서 만난 사이, 5년간 한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
M&A 업무 수행하며 정보 공유 가족과 지인에게도 정보 전파 주식 매수 후 주가 오르면 매도 5년 동안 수백억 원 부당이익 취득 증선위, 혐의자 계좌 지급정지 조치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9월 29일, 어제 아침 이야기부터 해보려고 해요.
서울 강남 어딘가의 오피스. 그리고 누군가의 집. 스무 곳이 넘는 장소에 조사관들이 동시에 들어갔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요.
그 문을 열고 들어간 곳에 있던 사람들은,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작전 세력'과는 좀 달랐습니다.
명문대 경영 동아리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어요. 스물 몇 살, 발표 자료 만들고 밤새 케이스 스터디 하던 시절에요. 졸업하고는 같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그 다음엔 각자 흩어졌죠. 한 명은 사모펀드 운용사로, 한 명은 상장회사로.
흩어진 게 아니었습니다.
각자 자리에서 인수합병 업무를 맡게 됐어요. 어느 회사가 어느 회사를 사려 한다, 공개매수가 곧 있을 거다. 이런 정보가 자기 책상 위에 놓이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정보를, 서로 나눴습니다. 5년 동안이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5년이면 한두 번 실수한 게 아니잖아요. 그 사이에 '이건 좀 아닌데' 하고 멈출 기회가 수백 번은 있었을 텐데요.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넓혔어요.
본인들만 쓴 게 아니라 가족에게, 지인에게 전했습니다. 정보 공개 전에 미리 사두고, 공개되고 주가가 오르면 팔았어요. 그렇게 챙긴 돈이 200억 원 이상입니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하는 게 있어요.
이분들이 다루던 정보는, 원래 지켜야 하는 정보였습니다. 인수합병 업무를 하는 사람은 비밀유지 의무를 집니다. 계약서에 서명하고요. 법적으로도 묶여 있어요.
그러니까 이 정보를 가장 엄격하게 지켜야 할 사람들이, 정보가 새어 나가는 출발점이었던 거죠. 당국도 바로 이 지점을 가장 무겁게 봤습니다.
그런데 뒤집어 볼 대목이 하나 있어요.
이걸 처음 발견한 건 제보가 아니었습니다. 내부자 고발도 아니었어요. 한국거래소가 시장을 들여다보다가 이상한 패턴을 잡아낸 겁니다.
무슨 뜻일까요. 정보를 아무리 조용히 나눠도, 그 돈이 시장에서 움직이는 흔적은 남는다는 거예요. 공개매수 발표 며칠 전에 특정 계좌들이 같은 종목을 사들인다. 그런 게 반복되면 보입니다.
5년 동안 안 걸렸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사실은, 흔적이 5년치 쌓이고 있었던 거죠.
계좌는 지금 묶여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출금도 이체도 안 되게 지급 정지가 걸렸어요. 앞으로 수사기관 고발이 이어지고, 과징금은 부당이득의 최대 두 배까지 나올 수 있습니다.
번 돈의 두 배를 토해낼 수 있다는 얘기예요.
다만 이건 예정된 조치입니다. 조사가 진행 중이고, 혐의 단계예요. 최종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 뉴스를 보면서 계속 맴돌던 생각이 있어요.
이분들, 능력이 없어서 이 길로 간 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그 반대예요. 좋은 대학, 좋은 회사, 남들이 부러워하는 커리어. 그걸 다 갖고도, 아니 그걸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있었던 겁니다.
당국이 이걸 "일회성 일탈이 아니다"라고 표현했어요. 폐쇄된 관계 안에서 정보가 오가는 게 5년간 반복됐다는 거죠.
그렇다면 이건 누가 나빴냐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 그 관계 안에서는 이게 자연스러워 보였을 수도 있다는 거죠. 다들 그러니까. 아무도 문제 삼지 않으니까.
저는 답을 모르겠어요. 다만 그 '자연스러움'이 제일 무서운 부분 같더라고요.
오늘 하나만 남기고 싶어요.
이 사건이 발견된 경로요. 누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신고한 게 아니었습니다. 시장에 남은 거래 기록이 말해준 거예요.
정보는 숨길 수 있어도, 돈이 움직인 자리는 숨기기 어렵다는 것. 그게 이번 일이 보여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