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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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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9 13:34 · 팟캐스트

사우디 송유관이 18일 만에 다시 돌기 시작했습니다 🛢️

동서 파이프라인 복구 완료 호르무즈 환적도 증가 브렌트유는 108->105달러대로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8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기준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야기입니다. 한번 상상해봅시다. 사막 한가운데, 동쪽 유전에서 서쪽 바닷가까지 이어진 관 하나가 있습니다. 길이는 서울에서 부산을 두 번 왕복하고도 남습니다. 그 관 안으로 하루 종일 기름이 흐릅니다. 그런데 이달 10일, 그게 멈췄습니다. 드론 한 대 때문에요. 이 관이 왜 그렇게 중요해졌는지부터 짚어야 할 것 같아요. 원래 사우디 기름은 대부분 호르무즈해협을 지나갔거든요. 페르시아만 입구에 있는 좁은 물길이죠. 그런데 이란과 미국이 부딪히면서 그 길이 막혔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송유관을 쳐다보기 시작한 거예요. 호르무즈를 안 지나고도 기름을 내보낼 수 있는, 사실상 하나뿐인 우회로였습니다. 그 우회로가 끊기면서 사라진 기름이 하루 400만 배럴입니다. 지구에서 하루에 쓰는 기름 백 통 중에 네 통이 그날부터 안 나온 겁니다. 그리고 어제, 27일부터 다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열여드레 만이었어요. 여기서 제가 좀 의외라고 느낀 대목이 있습니다. 보통 이런 뉴스를 보면 '아, 복구했구나. 다행이네' 하고 넘어가잖아요. 그런데 월스트리트저널은 이걸 조금 다르게 읽었어요. 이란에게 타격이라고 썼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렇죠. 이란이 호르무즈를 틀어쥐고 있었던 건 배를 막으려고 그런 게 아닙니다. 기름값을 무기로 쓰려고 그런 거였어요. 목을 조르면 값이 오르고, 값이 오르면 협상에서 유리해지니까요. 그런데 우회로가 다시 열리면 그 무기가 무뎌지는 겁니다. 관 하나를 고친 게 외교의 판을 흔드는 일이 된 셈이죠. 시장도 바로 반응했습니다. 28일 장중에 브렌트유가 108달러대까지 올라갔다가, 이 소식이 돌면서 105달러 선에서 마감했어요. 오른 만큼 다 내놓은 건 아니지만, 분명히 힘이 빠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사우디가 하고 있는 다른 일이 있습니다. 배에 달린 위치 신호 장치를 끄고 호르무즈를 몰래 빠져나가는 거예요. 그리고 좀 안전한 바다까지 가서, 거기서 다른 배로 기름을 옮겨 싣습니다. 케플러라는 해운 데이터 회사가 집계한 걸 보면, 이 방식을 쓰는 항구의 선적량이 9월 초보다 네 배 넘게 뛰었습니다. 정식 항로가 아니라 숨어서 나가는 길이죠. 그런 방법까지 동원해야 기름이 나간다는 겁니다. 복구했다는 소식과, 몰래 빠져나간다는 소식이 같은 주에 나온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번 뉴스를 '해결됐다'로 읽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말했어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에너지 시설을 계속 위협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얀부항에서 기름을 내보내는 일이 전보다는 어려울 거라고요. 관은 고쳤는데, 관을 고장 낼 수 있는 쪽은 그대로 남아 있는 거죠. 한 번 뚫렸던 곳은 다시 뚫릴 수 있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됐고요. 오늘 하나만 남기고 싶다면 이겁니다. 기름값이 조금 내렸다는 소식 뒤에는, 그 값을 언제든 다시 올릴 수 있는 사람들이 그대로 있다는 사실입니다. 값이 내렸다는 건 위험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잠시 조용해졌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 주유소 가격표를 볼 때 한 번쯤 그 생각이 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