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9 11:22 · 팟캐스트
9개월 새 2,720억 원, 바이오 기업들이 CB 투자자에게 돌려준 돈입니다 💸
KRX 헬스케어지수 전년比 27%↓ 바이오주 약세에 한달새 7곳 리픽싱 일부 CB는 계약상 최저한도 도달 올 최소 48건 풋옵션…2720억 유출 CB 갚으려 또 발행 돌려막기 우려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8일 장 마감 기준으로 정리된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상상해봅시다 — 3년 전, 어느 바이오 회사 회의실입니다.
신약 임상을 밀고 가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주식을 새로 찍어 팔면 지분이 바로 희석되죠. 그래서 다른 길을 택합니다. 채권을 발행하되,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가도 된다는 조건을 붙이는 겁니다. 전환사채, CB라고 부릅니다.
투자자도 괜찮은 조건이거든요.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챙기고, 안 오르면 원금과 이자를 받으면 되니까요. 회사는 낮은 이자로 돈을 구하고, 투자자는 손해 볼 일이 적습니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이 방식이 바이오 업계의 자금줄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전제가 하나 있었어요. 주가가 오른다는 전제요.
올해 바이오 지수는 작년 마지막 거래일보다 4분의 1 넘게 빠졌습니다. 그러니까 3년 전에 정한 전환가격, 그 가격은 지금 주가보다 한참 위에 있는 겁니다. 주식으로 바꿀 이유가 사라졌죠.
여기서 계약서에 적혀 있던 안전장치가 작동합니다. 리픽싱이라고 하는데요, 주가가 떨어지면 전환가격도 같이 낮춰주는 조항입니다. 투자자 손실을 줄여주려는 거죠. 최근 한 달간 전환가를 낮춘 제약·바이오 기업이 일곱 곳입니다.
문제는 이 장치에 바닥이 있다는 겁니다.
보통 처음 정한 가격의 70퍼센트까지가 한도예요. 거기까지 내려가면 더는 못 내립니다. 그런데 주가가 그 바닥마저 뚫고 내려가면요? 투자자에게 남은 선택은 하나뿐입니다. 원금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조기상환청구권, 풋옵션이라고 부릅니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바이오·헬스케어 상장사에서 이 요구가 최소 48건 들어왔습니다. 기업들이 실제로 내준 돈은 이자까지 합쳐 2700억 원을 넘습니다.
저는 여기서 좀 걸리는 대목이 있었어요.
그 돈을 뭐에 쓰려고 빌렸는지 생각해보면요. 임상시험이거든요. 연구인력 급여고요. 설비죠. 몇 년 걸리는 일에 쓰기로 하고 받아온 돈입니다. 그게 성과가 나오기 전에 빠져나가는 거예요.
곳간에 여유가 있는 회사면 버팁니다. 없는 회사는요?
새로 CB를 발행해서 옛 CB를 갚습니다. 올해 2월 어느 임상수탁 기업은 200억 원을 조달하면서, 그중 179억 원을 빚 갚는 데 쓰기로 못 박아두고 발행했습니다. 조달이라기보다 미루는 거죠.
그리고 새로 발행한 그 CB도, 주가가 계속 빠지면 똑같은 일을 겪습니다. 전환가가 내려가고, 바닥에 닿고, 상환 요구가 들어오고. 그때는 원금이 더 커져 있겠죠.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걸 악순환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추가 상환 부담과 지분 희석 우려가 다시 주가를 누른다는 거예요.
제가 이 기사를 읽으면서 오래 머문 지점은 이겁니다.
누가 잘못한 걸까요. 회사는 임상 자금이 필요했고, 그 시점에 쓸 수 있는 가장 싼 방법을 썼습니다. 투자자는 계약서에 적힌 권리를 행사하는 것뿐이에요. 원금 돌려달라는 게 무리한 요구도 아니고요.
둘 다 합리적으로 움직였는데, 결과는 이렇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문제는 누구의 판단이 아니라, 주가가 오른다는 전제 위에 세워진 구조 자체였던 셈이죠. 그 전제가 흔들리면 모든 게 반대로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었던 거예요.
오늘 하나만 남기고 싶습니다.
CB는 돈을 빌린 게 아니라 조건을 빌린 겁니다. 주가가 오른다는 조건이요. 그 조건이 뒤집히면, 자금줄이었던 게 그대로 청구서가 됩니다.
바이오 종목을 보고 계신 분들은 실적이나 파이프라인만 보지 말고, 그 회사 CB 미상환 잔액과 다음 상환 시점이 언제인지 한 번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공시에 다 나와 있거든요. 자세한 내용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트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