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9 08:56 · 팟캐스트
런던 채링 크로스 로드, 도보 5분 안에 K뷰티 매장이 세 곳입니다 🛍️
K뷰티 매장 옆 한국 식료품·분식집 런던 신규 점포 수요 한국 업체 3위 獨 대형 쇼핑몰 K뷰티·팝 매장 유치 뷰티·식품·외식 모여 클러스터 효과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9월 29일, 어제 자로 나온 유럽 부동산 업계 분석에서 출발합니다.
런던 채링 크로스 로드. 극장가 근처, 원래 서점이랑 악기점이 많던 거리예요.
지금 그 거리를 5분 정도 걸어보시면, 한국 화장품 매장이 세 개 나옵니다. 그 사이사이에 한국식 핫도그 파는 가게가 있고, 떡볶이랑 김밥도 팔고요. 식료품점 간판에는 "오세요"라고 적혀 있습니다. 한글로요.
관광객이 일부러 찾아가는 코리아타운 얘기가 아닙니다. 런던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길 중 하나예요.
저는 이 대목이 좀 신기했어요. 누가 기획한 게 아니라는 거요.
퓨어서울이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2019년에 온라인몰로 시작했어요. 웹사이트 하나로 시작한 거죠. 영국 사람들이 한국 화장품을 인터넷으로 사기 시작했고, 그 수요가 쌓이니까 매장을 열었습니다. 모이다도 비슷해요. 런던 대형 쇼핑몰에 들어간 다음, 맨체스터로, 또 다른 도시로 퍼졌습니다.
순서가 뒤집혀 있죠. 보통 해외 진출이라고 하면 매장 먼저 내고 사람들이 알아주길 기다리잖아요. 그 반대로 간 겁니다. 이미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게를 낸 거예요.
그러니까 화장품 가게 앞을 지나던 사람이 옆에 한국 음식점이 있으면 들어갑니다. 반대로 떡볶이 먹으러 온 사람이 옆에 화장품 가게를 보고 들어가기도 하고요.
가게들이 서로 손님을 끌어주는 겁니다. 업계에서는 이걸 클러스터 효과라고 부르더라고요.
여기서 좀 뒤집히는 대목이 있어요.
독일 쪽 분석을 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유럽 핵심 상권에 새로 들어온 건 주로 자동차 회사랑 전자 회사였습니다. 전기차 브랜드, 중국 스마트폰 회사. 큰 회사들이 큰 돈으로 큰 매장을 낸 거죠.
그런데 그 자리를, 지금은 한국 화장품 가게랑 김밥집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쇼룸이 있던 거리에 떡볶이집이 생긴 거예요. 좀 웃기지 않나요. 근데 부동산 회사들은 이걸 농담으로 안 봅니다. 올해 초 런던에 새로 들어오려는 브랜드를 국가별로 세어봤더니, 미국, 아랍에미리트 다음이 한국이었어요. 조사를 해온 이래 한국이 명단에 든 게 처음이라고 합니다.
베를린에서는 이미 다음 단계로 갔습니다. 연간 2200만 명이 찾는 대형 쇼핑몰이 있어요. 거기 한국 화장품 플래그십 매장이 들어왔고, 같은 건물에 라면이랑 만두, 케이팝 상품 파는 가게도 있습니다.
쇼핑몰 입장에서 한국 브랜드는 이제 "손님을 불러오는 콘텐츠"입니다. 임차인이 아니라 집객 수단이에요. 위치가 좋아서 들어가는 게 아니고, 들어가니까 그 위치가 좋아지는 쪽으로요.
남는 게 있습니다.
이게 다 누군가가 인터넷에서 한국 화장품을 검색하면서 시작됐다는 거요. 정부가 밀어준 것도 아니고, 대기업이 수천억을 쏟은 것도 아니에요. 개별 소비자들이 하나씩 클릭한 게 쌓여서, 런던 한복판 임대료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언제까지 갈까요. 저는 솔직히 모르겠어요.
한 부동산 연구원은 이게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 변화라고 말합니다. 그럴 수도 있죠. 근데 유럽 상권에서 5년 전 주인공이 전기차였다는 걸 생각하면, 5년 뒤에 그 자리에 뭐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유행이 구조가 되는 순간이 있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채링 크로스 로드는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 같아요.
오늘 기억하실 게 하나 있다면 이겁니다. 온라인에서 쌓인 관심이 실제 거리의 모양을 바꾸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퓨어서울 기준으로 7년이었다는 것.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