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9 09:18 · 팟캐스트
반복 담합, 이번엔 과징금이 아니라 사업권을 건드립니다 🪪
석유·운송 등 민생 17개 업종 대상 자진신고해도 반복 담합 횟수 포함 처분시효 15년·가격재결정 명령 법제화 “영업 막으면 경쟁자 줄어 역효과” 지적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9월 29일, 어제 국회에서 열린 회의 하나에서 시작합니다.
주말에 마트에 가서 밀가루 한 봉지를 집어 듭니다. 가격표를 봐도 비싼지 싼지 잘 모르겠죠. 옆에 놓인 다른 회사 제품도 비슷한 가격이니까요.
그런데 그 비슷한 가격이, 서로 상의해서 맞춘 거라면 어떨까요.
올해 공정위가 결정한 담합 사건들을 보면 밀가루가 있고, 설탕이 있고, 전분이 있습니다. 주요 다섯 건에 매긴 과징금만 2조 4천억 원대입니다.
저는 이 목록이 좀 이상했어요. 다 부엌에 있는 것들이잖아요.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 보면요. 내수 제조업이라는 게 마진이 얇습니다. 시장은 이미 정해져 있고, 새로 들어오려는 회사도 없어요. 몇 개 회사가 수십 년째 같은 시장을 나눠 갖고 있는 구조죠.
그런 방에 오래 같이 앉아 있으면, 눈치를 보게 됩니다. 저쪽이 안 올리면 나도 못 올리고, 저쪽이 올리면 나도 올릴 수 있고. 그 눈치가 어느 선을 넘어가면 담합이 됩니다.
그래서 정부가 꺼낸 카드는 이제 돈이 아닙니다.
어제 당정협의회에서 나온 건 사업권입니다. 5년 안에 두 번 걸리면, 공정위가 관계 부처에 영업정지나 등록취소를 요청할 수 있게 하겠다는 거예요. 석유정제, 운송, 의약품 제조. 열일곱 개 업종이 대상입니다.
먼저 자진신고해서 과징금을 깎아준 경우도, 횟수에서는 빼주지 않습니다. 감면은 감면이고, 한 번은 한 번이라는 거죠.
여기서 뒤집히는 대목이 하나 있어요.
영업정지를 시키면 그 회사는 시장에서 빠집니다. 담합했던 회사가 없어지니까 좋은 걸까요.
홍대식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반대로 봅니다. 담합은 경쟁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인데, 영업을 정지하면 경쟁자 숫자가 오히려 하나 줄어든다는 거예요. 목표가 경쟁 회복이라면, 수단이 목표를 깎아먹는 셈이죠.
게다가 새로 들어올 회사도 마땅치 않은 시장이라면요. 빈자리는 그냥 빈자리로 남습니다. 남은 회사들은 더 편해지고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얘기도 들어볼 필요가 있어요. 담합으로 버는 돈보다 벌이 가볍다면, 그건 사실 벌이 아니라 비용이라는 겁니다. 계산기 두드려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면 계속 하게 된다는 거죠.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에요.
저는 이 두 이야기가 같은 문제의 앞면과 뒷면처럼 느껴졌습니다.
벌을 약하게 하면 담합이 남고, 벌을 세게 하면 회사가 사라집니다. 회사가 사라지면 경쟁도 같이 사라져요. 그리고 그 회사에는 일하던 사람들이 있죠.
정답이 안 보이는 자리예요. 저도 오늘 답을 못 찾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짚어두고 싶어요. 담합이 반복되는 시장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겁니다. 들어오려는 회사가 없다는 것. 아무도 새로 안 들어오는 방에서는, 있는 사람들끼리 조용해지기 쉽거든요.
그러니까 질문을 이렇게 바꿔볼 수도 있겠습니다. 잘못한 회사를 어떻게 벌할까가 아니라, 이 시장에 왜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가.
오늘 기억하실 건 하나입니다. 담합 제재는 처벌의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은 시장 구조의 문제라는 것.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