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9 11:43 · 팟캐스트
반지하 70%였던 연립, 15층 아파트로 올라섰습니다 🪟
한양연립, 215가구 아파트로 탈바꿈 광진구 관내서 모아타운 10곳 추진 서울시, 2031년까지 4만가구 공급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8일, 서울시장이 추석 연휴 이후 첫 일정으로 한 아파트 단지를 찾은 날 기준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상상해봅시다 — 14층 창문을 열었더니 한강 물결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어요. 그 너머로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서 있죠.
그런데 이 자리,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반지하 연립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던 동네였습니다.
광진구 구의동 한양연립. 전체 주택의 열 집 중 일곱 집이 반지하였다고 해요. 도로는 좁고, 주차할 곳은 늘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이 동네는 재개발을 할 수가 없었어요. 면적이 기준에 딱 못 미쳤거든요. 1만 제곱미터가 넘어야 하는데, 9천 8백 제곱미터대. 정말 아깝게 모자랐던 거죠.
그러니까 여기 살던 분들 입장에서는 이런 거예요. 동네가 낡아가는 걸 알고, 고쳐야 한다는 것도 아는데, 규정상 '너희는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는 상태.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거죠.
그래서 서울시가 4년 전에 만든 게 모아주택이라는 제도입니다. 이름이 좀 재미있죠. 인접한 땅들을 '모아서' 함께 짓는다는 뜻이에요. 큰 재개발은 어렵지만, 작은 단위로는 해보자는 발상입니다.
이 한양연립이 그 제도의 1호 준공 단지가 됐습니다. 이달 입주가 시작됐어요.
그럼 이게 한 동네 이야기로 끝나는 걸까요.
아닙니다. 지금 서울 전체에서 137개 지역이 이 방식을 추진하고 있어요. 백서른일곱 곳. 광진구만 해도 자양동, 광장동 곳곳으로 번지고 있고요.
한양연립이 아파트가 되면서 99가구가 215가구로 늘었습니다. 백 집이 조금 안 되던 동네가 두 배 넘게 커진 셈이죠.
여기까지 들으면 꽤 괜찮은 이야기 같습니다. 낡은 동네가 새 아파트가 됐고, 집도 늘었고, 같은 방식이 서울 곳곳으로 퍼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날 현장에서 나온 얘기 중에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연말까지 입주를 마칠 계획인데, 이달 말까지 들어오는 집은 서른한 가구뿐이라는 겁니다. 왜일까요.
돈 때문입니다. 새 아파트를 받으려면 분담금을 더 내야 하는데, 조합원 중에 60대, 70대가 많다는 거예요. 퇴직한 분들도 계시고요. 대출이 안 나오는 상황.
생각해보면 좀 아이러니하죠. 이 제도가 필요했던 이유가 뭐였냐면, 낡은 저층 주거지에 오래 살아온 분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자는 거였어요. 그런데 정작 그 오래 살아온 분들이, 새 집이 다 지어진 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 집 열쇠는 나왔는데, 그 문을 열 돈이 없는 상태.
또 하나 마음에 걸린 게 있어요. 이날 입주민 한 분이 시장에게 직접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바로 옆에서도 같은 사업이 추진 중인데, 우리 단지와 잘 어우러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요.
이 분은 방금 반지하 동네가 새 아파트로 바뀐 걸 경험한 사람이에요. 그 변화의 수혜자죠. 그런데 그 다음 변화가 옆집에서 시작되니까, 이번엔 걱정을 하게 되는 겁니다.
시장은 인접 사업이 이 단지보다 규모도 크고 층수도 높아질 거라고 답했습니다. 잘 어우러지기를 기대한다고요. 기대한다는 말이었어요.
저는 이게 도시가 변하는 방식의 솔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도 나쁜 뜻이 없어요. 낡은 동네를 고치자는 것도 맞고, 옆 건물이 너무 높아지는 게 걱정된다는 것도 맞고, 돈이 없어서 못 들어간다는 것도 다 맞는 얘기예요.
어느 쪽이 틀렸다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오늘 하나만 남기자면 이겁니다. 새 건물이 올라간 것과, 사람들이 그 안에 들어가 사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점.
준공은 날짜로 확인됩니다. 입주는 사람마다 다르게 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