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9 12:40 · 팟캐스트
시행부터 반년, 재판소원 2,310건 중 회부된 건 19건입니다 🎾
■헌재 독일·스페인 출장보고서 확보 회부기준·후속절차 과제 되풀이 반년 만에 2310건…폭증 현실화 각하 뒤 재심 청구도 156건 달해 인력 확충에 87억 청사 증축까지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9일 기준으로, 헌법재판소가 다녀온 열흘짜리 해외 출장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상상해봅시다. 이사를 갔어요. 짐을 다 옮기고, 가구까지 배치를 끝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집을 보러 갑니다.
순서가 좀 이상하죠.
올해 3월에 재판소원이라는 제도가 시작됐습니다. 법원에서 확정된 재판을, 다시 헌법재판소에 가서 따져볼 수 있게 한 겁니다. 지금까지는 대법원이 마지막이었는데, 그 위에 한 칸이 더 생긴 셈이죠.
그리고 7월에, 재판관들이 스페인과 독일로 떠났습니다. 거기 헌법재판소들은 이런 사건을 어떻게 걸러내는지, 판단은 어떻게 하는지 보러 간 거예요. 열흘 동안 쓴 돈이 8천만 원 남짓 됩니다.
저는 여기서 재판관들을 탓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오히려 좀 딱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도가 이미 굴러가기 시작했는데, 기준이 없으면 그걸 어디서든 찾아와야 하잖아요. 국내에 참고할 게 없으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고요.
문제는 순서입니다.
108쪽짜리 보고서가 나왔어요. 거기 적힌 핵심 과제들이 뭐였냐면 — 사건을 어느 단계에서 걸러낼지 기준이 없다, 재판을 취소하면 그 효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모르겠다, 사건을 어느 법원으로 돌려보낼지도 정해진 게 없다. 이런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제도가 시작되기 전부터 법학자들이 계속 말해온 거예요. 사건이 밀려들 거다, 헌재가 감당 못 할 거다, 요건부터 정리해야 한다. 이미 다 나왔던 얘기들입니다.
8천만 원을 써서, 이미 알고 있던 걸 확인하고 온 거죠.
이게 왜 한 기관의 일이 아닐까요.
시행 반년 동안 접수된 사건이 2천 3백 건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그중 열 건 중 아홉 건이 그냥 각하됐어요. 심리도 못 들어가고 문 앞에서 돌려보낸 겁니다.
한 번 생각해보시겠어요. 그 2천 3백 건 뒤에는 2천 3백 명쯤의 사람이 있습니다. 대법원까지 갔는데 안 됐고, 이제 여기가 마지막이다 싶어서 서류를 넣은 사람들이요.
그중 대부분이 돌아왔습니다. 심지어 한 번 각하된 걸 다시 봐달라고 낸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것도 대부분 또 각하됐어요.
여기서 좀 뒤집히는 대목이 있습니다.
각하된 이유를 들여다보면, 애초에 재판소원 대상이 아닌 사건이 9백 건 넘게 있었어요. 낼 수 없는 걸 낸 겁니다. 기간을 넘겨서 낸 사람도 있고요.
이걸 보고 "잘 모르고 냈네" 하고 넘어갈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반대로 읽혔습니다. 뭘 낼 수 있고 뭘 낼 수 없는지, 문을 연 쪽에서도 명확하게 말해주지 못한 상태였던 거예요. 기준이 없다고 보고서에 적혀 있잖아요.
그러니까 신청하는 사람만 헛걸음한 게 아니라, 받는 쪽도 기준 없이 받고 있었던 겁니다.
그 사이에 들어간 돈은 출장비만이 아니에요. 사람을 서른여섯 명 더 뽑았고, 일할 공간이 없어서 옆 건물을 빌렸습니다. 임차료를 줄이겠다고 청사 안 테니스장 자리에 건물을 새로 올리는 계획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제가 계속 걸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접수된 사건 중 3분의 2가 형사사건이었어요. 형을 이미 다 살고 나온 사람도 있을 겁니다.
만약에요. 앞으로 어떤 형사재판이 재판소원을 통해 취소된다면, 그 사건은 어느 법원으로 가야 할까요. 이미 집행된 형은 어떻게 되나요.
보고서에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제도는 이미 반년 넘게 돌아가고 있는데요.
하나만 남기고 싶습니다.
제도를 만드는 일에서 가장 비싼 건 돈이 아니라 순서인 것 같아요. 기준을 먼저 세우고 문을 여는 것과, 문을 열고 나서 기준을 찾으러 다니는 것. 들어가는 예산은 비슷할지 몰라도, 그 사이에 헛걸음한 사람들의 시간은 돌려받을 수가 없거든요.
지금 재판소원을 준비하고 계신 분이라면, 내 사건이 애초에 대상이 되는지부터 확인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각하된 사건 절반 가까이가 그 지점에서 걸렸으니까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