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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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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9 18:12 · 팟캐스트

주관사 하나를 빼라는 구두 지침에, 3억 달러가 한 달째 멈췄습니다 📵

■ 7년 만에 정부 제재 부활 은행·민간기업 외화채 발행때 역외 IB 주관사 배제 지침 내려 롯데렌탈 등 자금조달 계획 차질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9일,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에 실린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한 회사가 달러를 빌리러 나섰습니다.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도와줄 증권사들을 줄 세웠고, 그 중 한 곳은 "우리가 상당 부분 직접 사주겠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딜이 멈췄습니다.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 안 끝났어요. 중간에 전화 한 통이 왔기 때문입니다. 롯데렌탈이라는 회사입니다. 목표는 3억 달러. 회사 역사상 처음 해보는 외화채 발행이었어요. 처음 하는 일인데 금리는 높고, 신용등급은 피치 기준으로 투자적격 등급 중에서도 가장 아래 칸입니다. 이런 조건이면 시장에서 전액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회사는 안전장치를 하나 마련했어요. 해외 영업을 잘하는 증권사 한 곳을 주관사로 넣고, 그 대신 그쪽에서 물량 상당 부분을 받아주기로 한 겁니다. 미매각이 나면 곤란하니까요. 처음 나서는 자리에서 "안 팔렸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은 회사는 없습니다. 그런데 재정경제부에서 지침이 내려왔습니다. 그 증권사를 주관사단에서 빼라고요. 이유는 국내 투자업 인가가 없다는 겁니다. 이런 회사들을 역외 IB라고 부르는데요, 해외에 본사를 두고 영업하지만 우리 감독 당국의 직접 관리 대상은 아닌 곳들이죠. 결국 그 증권사는 빠졌습니다. 씨티, HSBC, 크레디아그리콜, 미즈호. 이렇게 네 곳으로 다시 짜였어요. 이름값으로는 부족하지 않은 곳들입니다. 문제는 빠진 게 이름이 아니라 약속이었다는 거예요. 물량을 받아주겠다던 그 약속이 같이 사라진 겁니다. 한 회사만의 일이 아닙니다. 달러를 조달하려던 어느 시중은행도 같은 지침을 받았습니다. 이쪽은 상황이 더 아팠어요. 이미 앵커 투자자까지 확보한 상태였습니다. 앵커 투자자란 "우리가 크게 사겠다"고 미리 확약해주는 큰 손을 말하는데요, 발행하는 쪽에서는 보험 같은 존재죠. 그런데 그 관계를 만들어온 증권사를 바꾸라는 얘기였습니다. 문서로 온 게 아니라 구두로요. 국책은행 쪽에서도 비슷한 정황이 나왔습니다. 민간기업, 시중은행, 국책은행. 업권 전체에 같은 바람이 불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이 대목에서 좀 걸렸던 건, 이게 7년 만이라는 점이었어요. 한동안 없던 일입니다. 그러다 다시 나타났습니다. 왜 하필 지금일까요. 인가 없는 곳이 국내 기업 자금 조달의 핵심 자리에 앉는 게 맞느냐. 이 질문 자체는 이상하지 않습니다. 감독 못 하는 곳에 중요한 역할을 맡기는 게 불편할 수 있죠. 다만 시점이 묘합니다. 대미 투자 같은 이유로 달러를 구해와야 할 일이 많아진 상황이거든요. 문을 더 넓혀야 할 때에 특정 증권사를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이, 밖에서 보면 어떻게 읽힐까요. 그래서 우려가 나옵니다. 개별 증권사 영업에 당국이 끼어드는 건 국제적으로 통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얘기죠. 저는 여기서 하나가 더 마음에 남습니다. 구두로 전달됐다는 부분이요. 문서면 근거가 남고, 따지려면 따질 수 있고, 나중에 검증도 됩니다. 말로 온 지침은 그게 안 됩니다. 받은 쪽은 따랐다는 기록도, 받았다는 기록도 없어요. 그런데 효력은 있었습니다. 딜이 실제로 멈췄으니까요. 오늘 하나만 남기고 싶습니다. 규제가 옳은지 틀렸는지를 판단하기 전에, 그게 어떤 형태로 전달됐는지를 한 번 봐야 한다는 거예요. 같은 내용이라도 문서로 오는 것과 말로 오는 건 전혀 다른 일이 됩니다. 말로 온 것은 논쟁이 안 되고, 논쟁이 안 되면 고쳐질 기회도 없습니다. 한 회사의 첫 외화채가 한 달째 공중에 떠 있는 이유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는 점. 그 부분만 기억해두셔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