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9 11:53 · 팟캐스트
지방에서 못 파는 집이 6만 7,223가구, 그래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
■소규모 사업 잇따라 수주 가로주택 등 틈새시장 집중 공략 강남 등 핵심지 진출도 이어져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9월 28일, 건설업계 소식을 기준으로 합니다.
동네에 낡은 빌라 몇 채가 나란히 붙어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열 채 남짓, 스무 채 남짓. 재건축하기엔 너무 작고, 그냥 두기엔 너무 낡은 그런 규모요.
몇 년 전이라면 이런 곳에 큰 건설사가 관심을 보이진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다릅니다. 명함을 들고 찾아오는 회사들이 생겼어요. 지방에 본사를 둔, 이름이 조금 낯선 회사들이요.
왜 그럴까요.
대전에 본사를 둔 회사, 대구에 본사를 둔 회사, 광주에 본사를 둔 회사. 이런 곳들이 원래 일하던 무대는 지방이었어요. 그 지역에서 아파트 짓고, 신도시 택지 받아서 분양하고. 그게 오랫동안 가능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지방에서 집이 안 팔립니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전국에 팔리지 않고 남은 집이 6만 8천여 가구인데요. 그중 서울 밖에 있는 게 몇 퍼센트일까요.
98퍼센트가 넘습니다. 백 채 중 아흔여덟 채가 서울 밖이라는 거죠.
거기에 신도시 같은 공공택지도 예전만큼 나오지 않아요. 땅을 받아서 집을 짓던 방식 자체가 줄어든 겁니다. 기다릴 수만은 없게 된 거예요.
그래서 서울로 올라옵니다. 근데 서울 대형 재건축 단지는 이미 큰 회사들 싸움터잖아요. 거기서 이기기는 어렵죠.
그래서 고른 게 아까 말한 그 낡은 빌라들이에요. 가로주택정비사업이라고 부르는데, 골목 모양은 그대로 두고 작은 단위로 새로 짓는 방식입니다. 소규모 재건축도 비슷해요. 규모가 작아서 큰 회사들이 덜 들어오는 자리죠.
저는 이 대목이 좀 흥미로웠어요. 그냥 작은 공사 하나씩 줍는 게 아니라는 점이요.
어떤 회사는 중랑구 면목동에서 붙어 있는 세 구역을 한꺼번에 따냈어요. 하나씩 보면 작습니다. 그런데 세 개를 이어붙이면 동네 하나가 되죠. 그렇게 해서 그 일대를 자기 브랜드 동네로 만들겠다는 계산입니다.
작은 걸 여러 개 모아 큰 걸 만드는 방식. 큰 회사들이 안 하던 방식이에요.
강남에도 들어갔습니다. 대구 회사가 대치동 빌라 재건축을 맡게 됐어요. 그 회사 관계자는 그냥 지역을 넓히는 게 아니라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만드는 차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제가 좀 걸린 지점이 있어요.
이게 확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후퇴한 자리에서 시작된 움직임이라는 거요. 지방에서 버틸 수 있었다면 굳이 서울 골목까지 오지 않았을 겁니다. 성장 전략이라기보다, 남은 길을 찾은 쪽에 가깝죠.
그리고 하나 더요. 지방에 남아 있던 그 수많은 빈집들은 어떻게 될까요. 건설사들이 서울로 눈을 돌렸다고 해서 그 집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회사는 옮겨가는데, 문제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습니다.
오늘 하나만 남긴다면요.
집을 짓는 회사들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보면, 사람들이 어디에 살고 싶어 하는지가 보입니다. 이번 소식은 서울 소식처럼 보이지만, 실은 서울 아닌 곳의 이야기예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