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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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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30 11:24 · 팟캐스트

땅값은 34% 내렸는데, 살 사람이 없습니다 🚜

농림어가 고령층 비중 51%까지 상승 농지은행 매입만으론 수요 대응 한계 지자체 출연법인·생협 참여 확대 추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9월 29일, 국회 정치권 소식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한 번 상상해 보시겠어요. 칠순이 넘은 아버지가 평생 부치던 논이 있습니다. 이제 몸이 안 따라줘서 정리를 하려고 해요. 그런데 사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일 년, 이 년. 부동산에 내놓고 기다립니다. 값을 내려봅니다. 그래도 연락이 안 옵니다. 이게 지금 농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왜 안 팔릴까요. 땅이 나쁜 게 아니에요. 사줄 사람이 없는 겁니다. 사고 싶은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농사를 시작하려는 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근데 이 분들 계산을 해보면 답이 안 나와요. 땅값에 대출이자까지. 농사 지어서 그걸 갚아야 하는데, 갚을 수가 없습니다. 한쪽은 팔고 싶은데 못 팔고, 한쪽은 사고 싶은데 못 삽니다. 서로를 못 만나는 거죠. 값이 떨어졌으면 거래가 늘어야 하잖아요. 상식적으로는요. 그런데 반대로 갔습니다. 4년 사이에 거래량이 절반으로 줄었어요. 팔려는 땅은 쌓이는데 오가는 거래는 반토막이 난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값이 싸진다고 문제가 풀리는 게 아니었다는 거요. 여기에 시간이 더 얹힙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농촌에 사는 사람 중 예순다섯 넘은 분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절반이요. 이 분들이 앞으로 은퇴하고, 자식들에게 땅을 물려주게 되겠죠. 그러면 팔려고 나오는 땅은 더 늘어납니다. 반대쪽은요. 한 집이 부치는 땅 크기는 1960년 이후 지금이 가장 작습니다. 농사로 버는 돈이 연 천만 원도 안 되는 집이 열 집 중 일곱 집이 넘어요. 나올 땅은 늘고, 받을 힘은 줄어드는 구조인 거죠. 그럼 공공이 사주면 되지 않냐, 이런 생각이 드시죠. 농지은행이라는 게 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곳인데, 여기가 땅을 사서 농사 지을 사람에게 빌려줍니다. 지금까지는 여기가 거의 유일한 공적 창구였어요. 문제는 규모입니다. 농식품부가 지난 7월에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규정을 어긴 것으로 의심되는 농지가 284만 필지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에 올해 거래가격을 단순히 곱해보면 150조 원을 넘습니다. 농지은행이 올해 땅 사는 데 쓸 수 있는 예산과 비교하면 아흔세 배 차이입니다. 물론 이 284만 필지가 전부 위반으로 확정되는 건 아닙니다. 정부도 아직 심층 확인 중이라고 하고요. 다 팔려고 나오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그중 일부만 나와도 감당이 안 된다는 게 정치권의 계산인 겁니다. 그래서 나온 게 이번 법안입니다. 송옥주 의원이 준비하는 농지법 개정안인데, 핵심은 땅을 살 수 있는 주체를 늘리자는 겁니다. 지자체가 출자한 비영리법인, 생활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이런 곳들을 '농지보유합리화법인'으로 지정해서 땅을 사고 빌려줄 권한을 주자는 거예요. 농협도 나서게 하자는 논의가 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 연구소가 이달 낸 보고서에서도, 나라가 사서 쌓아두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어요. 저는 이 지점이 흥미로웠어요. 그동안 농지 문제는 '누가 소유하느냐'로 접근했잖아요. 농사 짓는 사람만 가질 수 있다, 이런 원칙이요. 근데 이 법안은 방향이 조금 달라요. 꼭 내가 사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농사 지을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 이쪽입니다. 소유에서 이용으로요. 물론 우려도 있습니다. 조합이 땅을 가지게 되면 그게 결국 다른 목적으로 쓰이지 않겠냐는 걱정이요. 법안에도 그래서 장치를 넣었습니다. 매년 계획을 승인받고, 실적 평가도 받고, 목적 외로 쓰면 지정을 취소한다고요. 이게 실제로 작동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겠죠. 제가 이 뉴스를 보면서 계속 머물렀던 건 아까 그 장면이었어요. 땅을 정리하고 싶은 노인과, 농사를 시작하고 싶은 젊은 사람. 둘은 서로가 필요한데 만날 방법이 없습니다. 그 사이를 이어줄 무언가가 없어서요. 법이든 조합이든 농협이든, 결국 그 다리를 놓는 이야기인 겁니다. 다리를 놓는 게 답인지, 아니면 농사로 먹고 살 수 있게 만드는 게 먼저인지.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오늘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값이 내려간다고 거래가 살아나는 건 아니라는 것. 받아줄 사람이 없으면 시장은 멈춰 있습니다. 지금 농지에서 벌어지는 일이 그렇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