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30 08:12 · 팟캐스트
상한가 다음날 아침에 산 사람은, 그날 오후에 15% 잃었습니다 🎢
28일 무더기 상한가 이어 전날 장중 급등 주가 변동성 확대…일제히 오름폭 반납 테라퓨틱스, 장중 15% 상승 후 하락 마감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9월 30일 아침, 어제 장이 어땠는지를 놓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상상해봅시다. 9월 29일 아침 9시, 출근길 지하철 안. 휴대폰을 켜니 어제 상한가 갔던 그 종목이 오늘도 빨간불입니다. 20% 넘게 올랐습니다. 손가락이 먼저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3시 30분. 계좌를 다시 열어봅니다.
같은 날, 같은 종목인데 15% 넘게 빠져 있습니다.
전날 있었던 일부터 볼게요. 미국 FDA가 담관암 치료제 하나를 승인했습니다. HLB의 미국 자회사가 개발한 약이거든요. 담관암은 치료 선택지가 많지 않은 암입니다. 그래서 이 허가는 분명한 호재였어요. 그룹 계열사 주가가 전부 상한가까지 갔습니다.
여기서 그 사람의 자리를 생각해봅니다. 이미 오를 걸 다 오른 걸 알면서도 왜 샀을까요.
저는 이게 욕심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요. 어제 못 산 게 아깝고, 오늘도 안 사면 내일 더 아까울 것 같고. 놓치는 게 손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뉴스는 확실했고, 약은 실제로 승인됐고, 4분기에 미국 출시 계획도 있습니다. 판단할 근거가 아예 없었던 게 아니에요.
그런데 걸리는 건 이 부분입니다.
호재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그 호재를 언제 알았는지가 문제였다는 거요. 좋은 소식은 그대로인데, 그 소식을 늦게 들은 사람만 손실을 봅니다.
한 사람의 일도 아니었습니다. 같은 날 계열사들이 비슷하게 움직였어요. 어떤 종목은 장중 26% 가까이 올랐다가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고, 어떤 종목은 아예 하락으로 돌아섰습니다. 아침에 올랐는데 오후에 마이너스로 끝난 거죠.
그러니까 이건 개별 종목의 문제가 아니라, 그룹주라는 구조 자체의 성격이었습니다. 하나의 재료로 여러 회사가 같이 오르면, 팔 때도 같이 팔립니다.
뒤집어서 생각해볼 대목이 있어요.
보통 우리는 잘못된 정보에 속아서 손실을 본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이번 경우는 정보가 정확했습니다. 약은 승인됐고, 회사는 존재하고, 출시 계획도 실제입니다.
정보가 맞았는데도 돈을 잃을 수 있다는 거예요. 저는 이 대목이 좀 무서웠습니다. 거짓을 걸러내는 훈련은 해왔는데, 사실을 언제 사야 하는지에 대한 훈련은 안 해봤으니까요.
남는 건 이 질문입니다.
FDA 허가라는 건 제약사에게 긴 이야기의 시작이에요. 약을 만들고, 팔고, 실제로 매출이 나오기까지 몇 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주가는 이틀 안에 그 긴 이야기를 다 반영하려고 했어요.
회사의 시간과 주식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 겁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다만 그 간격이 벌어진 곳에서, 늦게 도착한 사람이 비용을 냈다는 건 남습니다.
미래에셋증권 김주연 연구원도 이틀째 강세였지만 일부 종목은 급락 전환했다며 변동성에 유의하라고 짚었습니다.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겁니다.
호재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과, 지금 사도 되는지 판단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라는 것. 뉴스가 맞다는 확신이 매수 타이밍의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건 투자 권유도, 하지 말라는 얘기도 아니에요. 두 가지가 별개라는 감각만 남기고 싶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