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30 10:49 · 팟캐스트
트럼프 대통령이 CEO 12명을 불러 모은 뒤, 새 규제는 없다고 했습니다 🍽️
◆이태규 특파원의 워싱턴 플레이북 젠슨 황, 아모데이, 머스크 등 총집결 오찬 업계 내부통제 강화 합의문에 공동 서명 “빅테크, 지역사회 위해 노력할 것” 지원 암시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현지 시각 9월 29일, 백악관에서 열린 점심 식사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한 번 상상해봅시다. 긴 식탁이 하나 놓여 있고, 그 앞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회사들을 이끄는 사람들이 앉아 있어요. 엔비디아,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앤트로픽, 오픈AI. 여덟 명 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식사가 시작되기 전에, 대통령이 자기 소셜미디어에 좌석 배치도를 올려요. 누가 어디 앉는지를요.
저는 이 대목이 좀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점심 자리 앉는 순서를 왜 공개하는 걸까.
답은 양옆에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왼쪽과 오른쪽에 앉은 두 사람이, AI를 두고 정반대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이었거든요.
한쪽은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해온 사람. 다른 한쪽은 그 말을 일축했던 사람.
그러니까 이 좌석 배치는 메시지였던 겁니다. 나는 양쪽 다 듣는다, 나는 가운데 있다.
그런데 식사가 끝나고 나온 결론은, 가운데가 아니었어요.
기자들 앞에서 대통령이 한 말은 이랬습니다. 기존 법률만으로도 충분하다. 법무부가 있고 FBI가 있다. 그리고 자율 규제가 매우 중요하다.
자율 규제. 정부가 새 규칙을 만드는 게 아니라, 회사들이 스스로 알아서 관리하는 방식이죠.
실제로 그날 참석자들은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합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업계가 스스로 강력한 내부 통제와 여러 단계의 검토를 하겠다는 내용이었어요.
여기서 잠깐 멈춰볼까요.
합의문 전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하원의장이 추후 공개될 거라고만 설명했죠.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아는 건, 뭔가에 서명했다는 사실뿐입니다. 그 안에 뭐가 적혀 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열 명 정도로 위원회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고 해요. 전체 사업을 감독하는 위원회요.
열 명이 이 산업 전체를 들여다본다는 건데, 저는 이게 많은지 적은지 판단이 안 섰습니다.
이게 왜 우리 얘기냐면요.
미국 곳곳에서 데이터센터 때문에 전기료가 오르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어요. AI를 돌리려면 엄청난 전기가 필요하고, 그 전기는 누군가 쓰던 전기잖아요.
그날 대통령은 이런 말도 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지역 사람들이 크게 부유해졌다고요. 이 CEO들은 지역사회를 소중히 여긴다고요.
그런데 정작 전기료 고지서를 받는 사람들은, 그 점심 식탁에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좀 묘한 대목이 있어요.
대통령은 그날 오후, AI라는 말을 슈퍼지능으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유가 이랬어요. 인공지능은 인공적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름을 바꾸는 일과, 규제를 만드는 일. 그날 하나는 진행됐고, 하나는 미뤄졌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번 오찬을 두고, 새 규제에 열릴 거라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평가했어요.
제가 오늘 남기고 싶은 건 하나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결정된 건 방향이 아니라, 누가 결정하느냐였습니다. 만드는 쪽이 지키는 규칙도 스스로 정하게 됐다는 것. 그게 잘 될지 아닐지는, 합의문이 공개되고 나서야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