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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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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30 09:01 · 팟캐스트

3년마다 바뀌는 판사에게, 회사법 재판을 맡겨도 될까요 ⚖️

국내 법관들 2~3년마다 순환 보직 상사 관련 고도 전문성 쌓기 어려워 “기업 분쟁 전문 법관·조직 키워야”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9월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세미나 하나가 열렸습니다. 주제가 좀 딱딱해요. 상사전문법원 도입. 그런데 이 이야기, 생각보다 우리 일상에 가까이 있습니다. 한번 이런 상황을 떠올려 보시겠어요. 오래 아픈 데가 있어서 큰 병원에 갔습니다. 진료실 문을 열었더니 의사가 이렇게 말해요. "제가 이 분야는 온 지 얼마 안 돼서요." 그 순간 마음이 어떨까요. 이게 지금 우리 법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겁니다. 기업 분쟁 재판을 맡는 판사들은 보통 3년쯤 하다가 다른 자리로 갑니다. 인사 형평성 때문이에요. 한 사람이 좋은 자리만 계속 차지하면 안 되니까, 돌아가면서 맡는 거죠.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상사 사건이 어떤 사건이냐예요. 회계를 알아야 하고, 금융 거래 구조를 알아야 하고, 경영 판단이 왜 그렇게 내려졌는지도 읽어야 합니다. 여기에 요즘은 상법이 계속 바뀌고, 금융 기법은 더 복잡해지고 있죠. 3년 겨우 익혔는데 떠나야 하는 자리. 그리고 새로 온 사람은 다시 처음부터. 게다가 이 판사들이 상사 사건만 보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일반 사건도 맡고, 법원 행정 업무도 같이 합니다. 전담재판부라는 이름은 붙어 있는데, 실제로는 전담이 아닌 거죠.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우리가 잘못 만든 게 아니라, 공정하게 만든 제도가 결과적으로 전문성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점이요. 그런데 뒤집어 볼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건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었어요. 이스라엘 텔아비브 지방법원이 회사법과 증권법 사건만 맡는 전문재판부를 만들었습니다. 법관 세 명. 딱 세 명이에요. 크게 판을 벌인 게 아닙니다. 그런데 결과가 재미있어요. 재판 하나 끝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4년 넘게 걸렸던 게, 2년이 채 안 되는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절반 이하로요. 법관 세 명이 자기 분야를 오래 들여다봤다는 것. 그게 만든 차이입니다. 미국 델라웨어주에도 회사법만 다루는 법원이 있습니다. 거기 판결은 다른 나라에서도 참고할 만큼 권위를 인정받는다고 해요. 영국, 네덜란드, 싱가포르, 대만도 비슷한 조직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도 전문법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특허, 행정, 회생, 가정. 네 군데 있습니다. 특허 재판은 공학을 알아야 하고, 회생 재판은 여러 채권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니까요.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이미 인정한 분야들이죠. 그런데 기업 분쟁은 그 목록에 없습니다. 남는 질문이 하나 있어요. 판사들에게 공정한 인사와, 재판받는 사람에게 필요한 전문성. 이 둘 중에 무엇을 더 앞에 둘 것인가. 세미나에서 나온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전문법원을 만들어서 얻는 사회적 편익이 더 커 보인다는 거예요. 물론 이건 주장이고요. 아직 결정된 건 없습니다. 저는 정답을 모르겠어요. 다만 이 질문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건 알겠습니다. 기업 분쟁이라고 하면 나와 상관없는 일처럼 들리잖아요. 그런데 내가 가진 주식, 내가 일하는 회사, 그 회사의 지배구조. 다 여기 걸려 있거든요. 기억하실 건 하나입니다. 재판의 속도와 깊이는, 그 재판을 누가 얼마나 오래 봐왔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