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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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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30 11:11 · 팟캐스트

서울 아파트 전세, 둘 중 한 명은 그 집에 그냥 남았습니다 🔒

갱신계약 비중 3년 만에 23.6%포인트 올라 실거주 의무 강화에 다주택자·임대사업자 규제 “민간임대사업자 육성해 임대차 공금 늘려야”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기준으로, 서울 전월세 시장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상상해봅시다. 계약 만기가 두 달쯤 남은 어느 저녁. 집주인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보증금을 좀 올려야 할 것 같다고요. 전화를 끊고 부동산 앱을 켭니다. 지금 사는 동네, 비슷한 평수, 비슷한 조건. 매물이 몇 개 없습니다. 있는 것들은 지금 내는 보증금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래서 다시 집주인에게 전화합니다. 올려드릴게요, 하고요. 올해 전세계약을 한 서울 사람 둘 중 한 명이 이 선택을 했습니다. 갱신계약 비중이 절반을 넘었어요. 3년 전에는 넷 중 한 명 정도였습니다. 저는 이 숫자를 보고 좀 걸렸어요. 재계약이 늘었다는 건, 보통은 만족한다는 뜻이잖아요. 지금은 그게 아니거든요. 옮길 데가 없어서 남는 겁니다. 신규 계약은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새로 집을 구하러 나선 사람이 그만큼 사라진 거죠. 시장이 얼어붙은 게 아니라, 아예 움직임이 멈췄다고 봐야 합니다. 여기서 좀 예상과 다른 대목이 있습니다. 보통 전세가 어려워지면 월세로 몰립니다. 그러면 월세 매물은 늘어나야 하잖아요.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전세 매물도 줄고, 월세 매물도 같이 줄었습니다. 둘 다 1년 사이에 여섯 채 중 한 채꼴로 사라졌어요. 풍선을 누르면 다른 데가 부풀어야 하는데, 풍선 자체가 쪼그라든 겁니다. 그리고 어디가 더 많이 줄었느냐. 노원, 도봉, 동대문. 구로, 금천, 관악.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물이 많았던 동네들입니다. 동북권에서는 1년 사이 전세 매물이 절반 가까이 사라졌습니다. 돈이 덜 드는 선택지가 먼저 없어진 거죠. 이게 저는 제일 마음에 걸립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게 있어요. 계약갱신요구권 이야기입니다. 세입자가 2년 더 살겠다고 요구할 수 있고, 그때 보증금은 5% 넘게 못 올리는 제도죠. 재계약은 늘었는데, 이 권리를 쓴 비율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봅니다. 지금은 집주인과 적당히 합의해서 넘기고, 그 카드는 나중에 진짜 필요할 때 쓰려고 아껴둔다는 거예요. 한 번밖에 못 쓰는 권리니까요. 언제 쓸지를 계산하고 있는 겁니다. 제도가 있는데도 그걸 바로 쓰지 못하고 미루게 되는 상황. 이게 지금 임대차 시장의 온도라고 생각합니다. 중위 전세 가격은 8월에 5억 6천만 원을 찍었습니다. 2022년 최고가와 같은 수준으로 돌아왔어요. 문제는 내년, 내후년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더 줄어든다는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가격을 누르는 대책보다 물량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거주를 강제하는 규제를 조금만 풀어도 매매용으로 묶여 있던 집들이 전월세로 나올 수 있다는 거죠. 등록임대아파트 3만 7천 가구가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풀리는데, 이게 한꺼번에 빠지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저는 여기에 정답이 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어요. 규제를 풀면 다른 쪽에서 부작용이 생긴다는 반론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다만 하나는 남습니다. 지금 재계약을 택하는 사람들은 그 집이 좋아서 남는 게 아닙니다. 갈 곳이 없어서 남는 겁니다. 이 차이를 놓치면, 숫자를 봐도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혹시 곧 계약 만기를 앞두고 계신 분이라면, 갱신요구권을 쓸지 합의로 갈지 한 번쯤 따져보시면 좋겠습니다. 한 번밖에 못 쓰는 카드니까요. 임대차 관련 상담은 국토교통부 전월세 지원센터나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