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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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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30 07:32 · 팟캐스트

서울 전세, 두 건 중 한 건은 "그냥 여기 살겠습니다" 🧳

■ 전세 실종 흔들리는 임대차시장 올해 재계약 비중 50.8% 달해 신규거래는 38% 급감 새 전셋집 구하려면 보증금 20~30% 더 내야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9일 기준으로 나온 서울 아파트 전세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한번 상상해 보시겠어요. 전세 만기가 두 달 남았습니다. 집주인이 전화를 걸어와요. 보증금을 좀 올려야겠다고. 수화기를 든 채로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그리고 며칠 뒤, 결국 올려주기로 합니다. 이 사람이 협상에서 밀린 건 아니에요. 협상할 자리 자체가 없었던 거죠. 주말에 부동산 몇 군데를 돌아봤을 거예요. 비슷한 동네, 비슷한 평수. 매물이 없습니다. 있어도 지금 사는 집보다 조건이 나쁩니다. 그러면 계산이 아주 단순해져요. 나가는 순간 더 나빠진다. 그럼 웃돈을 주고 남는 게 낫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보통 우리는 돈을 더 내면 더 좋은 걸 얻는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돈을 더 내고 제자리에 머무는 거예요. 그리고 이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전세계약 두 건 중 한 건이 갱신계약이었습니다. 같은 집에 그대로 머무르는 계약이요. 2023년에는 열 건 중 세 건이 채 안 됐어요. 그게 3년 만에 절반을 넘었습니다. 숫자 하나만 더 짚을게요. 새 전셋집으로 옮긴 거래가 작년보다 38퍼센트 줄었습니다. 열 명이 이사하던 동네에서 이제 여섯 명만 움직인다는 뜻이죠. 여기서 좀 뒤집히는 지점이 있어요. 전세난이라고 하면 보통 계약이 안 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계약은 되고 있습니다. 갱신계약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으니까요. 전체 거래 숫자만 보면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 않아요. 줄긴 줄었는데, 이동하는 거래만 유독 크게 빠졌거든요. 전체 감소폭보다 훨씬 큽니다. 그러니까 겉으로는 시장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안에서는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거예요. 통계가 조용히 가린 셈이죠. 기사에서는 몇 가지 원인을 짚습니다. 새 집이 부족하고, 집주인은 실거주 의무를 지켜야 하고, 세입자는 대출이 막혀 있고. 하나하나 보면 각각 이유가 있는 정책들이에요. 그런데 그게 겹쳐 앉은 자리에, 이사하려던 사람이 서 있습니다. 제가 마음에 남은 건 이 부분이에요. 이사라는 게 원래 그냥 짐 옮기는 일이 아니잖아요. 직장이 멀어지면 가까운 데로 가고, 아이 학교 때문에 옮기고, 조금 더 넓은 데로 가보고. 그 움직임이 삶의 방향을 만들어 왔죠. 그게 지금 막혀 있습니다. 나쁜 집에 살게 된 것도 아니고, 쫓겨난 것도 아니에요. 그냥 다음 칸으로 갈 수가 없는 거죠. 기사는 이걸 주거 사다리가 약해졌다고 표현했어요. 사다리가 부러진 게 아니라, 딛고 올라갈 다음 칸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오늘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전세 시장을 볼 때 가격만 보면 절반을 놓칩니다. 가격이 얼마 올랐느냐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는지를 같이 봐야 해요. 만약 지금 만기를 앞두고 계시다면, 갱신 요구권 같은 제도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미리 확인해 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지니까, 각자 상황은 전문가나 관할 기관에 확인하시는 게 정확합니다. 결정은 결국 각자가 하겠지만, 지금 이 시장이 어떤 모양인지는 알고 하는 편이 낫겠죠.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