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30 09:44 · 팟캐스트
전세 5.91%, 월세 5.65%, 매매 7.52% — 서울에서 도망갈 곳이 없어졌습니다 🚪
매매·전세·월세 ‘트리플 하이’에 갇힌 서울 아파트 물론 빌라·단독 월세도 가파른 오름세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서울 집값 이야기입니다. 9월 30일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숫자를 들고 왔어요.
상상해봅시다. 주말 아침, 전세 계약 만기가 두 달 남았다는 문자를 받았어요. 집주인한테 전화를 걸어요. 그런데 수화기 너머에서 나온 액수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참 위입니다.
전화를 끊고 나면 계산기를 켜죠.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나. 아니면 좀 더 먼 데로 가야 하나. 아니면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로 갈아타야 하나.
이게 지금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이에요.
보통 이럴 때 퇴로가 하나는 남아 있잖아요. 전세가 부담되면 월세로. 아파트가 부담되면 빌라로. 그렇게 한 칸씩 내려가면서 버티는 거죠.
그런데 올해는 그 계단이 전부 같이 올라갔어요.
서울 주택 전세는 올해 여덟 달 동안 15년 만에 가장 빠르게 올랐습니다. 2011년 이후로 이런 속도가 없었어요. 그리고 월세는, 2016년에 통계를 만든 다음 제일 높습니다. 작년 이맘때 오른 폭의 네 배 가까이 됩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월세가 네 배라는 건, 단순히 비싸졌다는 말이 아니거든요. 전세 보증금을 못 맞춘 사람들이 월세로 밀려 내려왔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런데 거기도 이미 사람이 차 있었던 거죠.
빌라 얘기를 해볼게요. 연립, 다세대. 이쪽은 지난 8년 동안 월세가 거의 안 움직였어요.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고, 그냥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서민층한테는 일종의 방파제였던 셈이에요. 아파트가 어떻게 되든 여기는 버틸 수 있다.
근데 올해는 빌라 월세가 전세보다 더 많이 올랐습니다. 단독주택도 똑같아요. 월세 오름폭이 전세보다 큽니다.
방파제가 무너진 거예요.
여기서 뒤집히는 대목이 하나 있어요.
지금 서울 집값을 밀어 올리는 데가 어딘지 아세요. 강남이 아닙니다. 강남, 서초는 세제 개편 여파로 몇 주째 내리고 있어요.
올라가는 데는 성북, 노원, 중랑, 도봉, 강북, 관악, 강서, 동대문.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싸다고 꼽히던 동네들이에요.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곳들이죠.
이상하죠. 비싼 데는 내리고 싼 데는 오른다.
전문가들은 이걸 '생존 매수'라고 부릅니다. 투자가 아니라, 전셋값을 못 버틴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사는 거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이 흐름이 구리, 하남, 성남, 광명, 의왕 같은 서울 근처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해요.
그러니까 순서가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 반대예요.
보통은 집값이 오르니까 전세가 오른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전세랑 월세가 먼저 올라서, 그게 매매를 밀어 올리는 구조라는 거죠. 우리은행 남혁우 부동산연구원은 그래서 집값을 잡으려면 임대차 시장 불안을 먼저 풀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저한테 남는 게 하나 있어요.
서울 임대차 시장은 2023년 하반기부터 올해 8월까지, 39개월 연속 올랐습니다. 3년이 넘죠.
3년이면 전세 계약 한 번 하고, 갱신 한 번 하는 시간이에요. 계약할 때도 올라 있었고, 갱신할 때도 올라 있었고, 지금 나가려니까 또 올라 있는 겁니다.
한 번의 급등은 참을 수 있어요. 문제는 3년째라는 거죠. 참는 힘이 다 떨어진 상태에서 또 오르면, 사람들은 결국 무리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지금 벌어지는 '생존 매수'가 그런 선택일 수도 있어요. 나중에 그게 좋은 판단이었는지 아닌지는, 지금 알 수 없습니다.
오늘 기억하실 게 있다면 하나만요.
지금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은, 올라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려갈 자리가 없어진 이야기라는 것.
전세에서 월세로, 아파트에서 빌라로 내려가면서 버티던 그 계단이 지금은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옆으로, 더 멀리 나가고 있는 거예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