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1 11:28 · 팟캐스트
금융 | 하나금융 청라 HQ, 명동 떠나 인천으로 4,000명이 모인다 🛤️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 가보니] 10개 관계사 2200명 연말까지 순차 합류 명동사옥 3배 업무공간…5G·클라우드 구축 하루 10억건 보안데이터 분석…24시간 관제 시민에 사옥 개방…10년 경제효과 3.4조원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30일 기준으로, 인천 청라에 새로 생긴 어떤 건물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상상해봅시다 — 1층 로비에 들어섰는데, 천장이 15층까지 뚫려 있어요. 자연광이 지하 라운지까지 쏟아집니다. 그리고 바닥에서 시작된 경사로가 벽을 타고 위로 계속 이어져요. 끝이 안 보입니다.
이 경사로, 끝까지 걸으면 1.1킬로미터예요. 걷다 보면 몇 층인지 모르게 됩니다.
하나금융그룹이 14년 준비해서 완성한 새 본사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건물 설명을 읽다가 좀 다른 생각이 들었어요.
왜 경사로였을까.
엘리베이터를 안 만든 건 아니겠죠. 그런데 굳이 층과 층 사이를 완만한 경사로 이어놨어요. 내부 계단으로도 연결했고요. 한 층에 쓰는 면적도 넓혔습니다. 명동 사옥의 세 배예요. 부서랑 관계사를 그 넓은 바닥에 같이 깔아놓은 거죠.
현장에서 일하는 분 설명은 이랬습니다. 물리적 경계를 허물어서 건물 전체를 하나의 협업 플랫폼으로 만들었다고요.
말을 좀 바꿔보면, 이렇게 안 하면 안 마주치거든요.
생각해보면 그렇잖아요. 같은 회사인데 층이 다르면 1년에 몇 번 볼까요. 메신저로 이름은 아는데 얼굴은 모르는 사람. 회의에서만 보는 사람. 다들 겪어보셨을 겁니다.
그걸 건물 구조로 풀어보려고 한 거예요. 어차피 지나가야 하니까, 지나가다 마주치게.
연말까지 열 개 관계사에서 2200여 명이 여기로 들어옵니다. 데이터센터 인력까지 합치면 4000명 정도가 인천에 모이는 거죠.
그 많은 사람이 하루에 한 번씩 그 경사로를 지나가겠네요.
여기서 제가 좀 걸렸던 대목이 하나 있어요.
이 건물, 시민에게도 열어놨습니다. 그 1.1킬로미터 보행로, 옥상 정원. 다 개방한다고 해요. 잔디광장에서 행사도 열 계획이라고 하고요.
보통 금융회사 본사는 그 반대잖아요. 로비 지나가려면 출입증 찍어야 하고, 안내데스크에서 어디 가시냐고 묻고. 들어가기 어려운 공간이죠.
그런데 길을 내줬어요.
그리고 길 건너편에는, 정반대 성격의 건물이 서 있습니다.
통합데이터센터예요. 전산실에 서버 650대가 줄지어 있고, 침수 대비해서 전기실은 지상 2층에 올려놨습니다. 배터리 상태는 10초 단위로 감지해요.
옆 동에는 보안관제센터가 있습니다. 대형 상황판에 사이버 위협이 실시간으로 뜨는 곳이죠. 해외법인까지 22개 관계사의 보안장비에서 데이터를 끌어모아 분석합니다.
여기서 하는 일을 숫자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매일 1000개 가까운 해커 아이피를 차단해요. 매일입니다. 그걸 서른다섯 명이 24시간 돌아가며 보고 있어요.
한쪽은 길을 열고, 한쪽은 하루에 천 번 문을 닫는 겁니다.
같은 단지 안에서요.
저는 이 대비가 좀 오래 남았어요. 요즘 금융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 이 두 건물이 꽤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요.
사람이 오가는 쪽은 최대한 열어두고 싶어 하고, 데이터가 오가는 쪽은 최대한 막아야 하죠. 둘 다 같은 회사가 하는 일입니다.
지역에 미치는 효과도 계산해놨더라고요. 향후 10년 동안 3조 원이 넘는 경제유발효과를 기대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건 추정치예요. 10년 뒤에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게 되겠죠.
정리해보면, 제가 오늘 남기고 싶은 건 하나입니다.
건물이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을까.
회사 쪽 설명은 그렇다고 합니다. 단순히 옮겨가는 게 아니라, 공간을 통해 일하는 방식과 소통하는 방식을 새로 만드는 출발점이라고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경사로를 깔면 정말 사람들이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될까요. 아니면 다들 그냥 엘리베이터를 탈까요.
답은 몇 년 지나봐야 나올 것 같습니다. 다만 14년을 준비했다는 건, 그만큼 공간이 사람을 바꾼다고 믿었다는 뜻이겠죠.
그 믿음이 어떻게 되는지, 저는 좀 궁금합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