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1 08:08 · 팟캐스트
산업 | 10월 제약·바이오 이벤트, 네 회사 결과가 한 달 안에 몰려 나온다 🗓️
[10월 주요 이벤트 집중] 아리바이오 임상 3상 톱라인 발표 한미약품 비만신약 허가 여부 촉각 유한양행·펩트론 기술수출 윤곽 성과 따라 기업가치도 엇갈릴 듯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10월 1일 기준입니다. 어제, 9월 마지막 날에 나온 업계 전망을 놓고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한 번 상상해 보시겠어요. 책상 위에 봉투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안에는 숫자가 적혀 있어요. 아직 아무도 열어보지 않았죠.
그 봉투를 열면, 15년이 정리됩니다.
아리바이오라는 회사가 있어요. 2011년에 물질 하나를 들여왔습니다. 원래는 다른 병에 쓰던 약 성분이었어요. 그걸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바꿔보겠다고 한 거죠.
그때부터 15년입니다. 이번 10월에 글로벌 임상 3상 결과가 나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15년을 걸어온 사람들이, 결국 몇 줄의 숫자로 평가받는다는 거요. 잘했든 못했든, 그 숫자가 전부인 상황이 되어버리는 거잖아요.
그리고 이건 아리바이오만의 일이 아닙니다. 10월에 이런 봉투가 여러 개 열려요.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은 지금 멈춰 있습니다. 동물 시험에서 독성 소견이 나왔다고 미국 규제당국이 제동을 걸었거든요. 이르면 이달, 다시 움직일 수 있는지가 정해집니다.
한미약품은 비만치료제 허가를 기다리고 있어요. 나오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우리 손으로 만든 비만치료제가 됩니다. 순서로는 마흔다섯 번째 신약이죠.
유한양행은 다음 카드를 준비하고 있고요. 회사 연구개발 총괄이 올해 초에 "3분기에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했어요. 5월에는 기술수출이 임박했다고도 했죠.
여기서 제가 좀 뒤집어 보고 싶은 게 있어요.
이 기다림이 다 같은 기다림이 아니라는 겁니다.
한쪽에는 마감이 정해진 기다림이 있어요. 펩트론이라는 회사가 미국 릴리와 2년짜리 공동연구를 했습니다. 2024년 10월 7일에 시작했으니, 딱 2년이 찼죠. 시장은 당연히 그때 본계약이 나오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펩트론이 최근에 선을 그었습니다. 공동연구 기간과 본계약 시점은 별개라고요.
달력은 넘어갔는데, 답은 아직 안 온 겁니다.
반대편에는 마감 없는 기다림이 있어요. 유한양행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상대방이 있는 계약인 만큼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솔직하죠. 그런데 이 솔직함이 회사를 보호해주진 않아요. 기다리는 사람들 입장에선 "그럼 언제요"가 되는 거니까요.
남는 게 하나 있습니다.
이 산업은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깁니다. 15년 걸리는 일도 있고요. 그런데 그 결과를 받아 적는 시장의 시간은 너무 짧아요. 하루면 끝나죠.
같은 회사, 같은 연구인데 봉투를 열기 전과 후의 값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 사이에 연구가 더 잘된 것도 아니고, 더 나빠진 것도 아니에요. 그냥 우리가 알게 된 거죠.
저는 이게 좀 이상하게 느껴져요. 알게 된 순간에만 가치가 정해진다는 게요.
아리바이오의 경우에는 중국 푸싱제약이 지난 5월에 계약금을 걸어뒀어요. 그리고 결과를 보고 다음 단계로 갈지 정합니다. 갈 경우엔 계약금보다 더 큰 금액이 한 번 더 움직이죠.
계약 구조 자체가 이미 "봉투를 열고 나서"를 전제로 짜여 있는 겁니다. 이건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에요. 이 산업이 그렇게 굴러간다는 뜻이죠.
하나만 남기고 싶어요.
10월에 숫자가 여러 개 나올 겁니다. 잘 나온 것도, 안 나온 것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 숫자가 나온 날에 일이 시작된 건 아니라는 거요. 어떤 건 15년 전에 시작됐고, 어떤 건 동물 시험실에서 멈춰 있었고, 어떤 건 2년 동안 두 회사 연구원들이 같은 자료를 들여다보며 만들어진 거예요.
숫자를 보실 때, 그 뒤에 얼마의 시간이 쌓여 있는지도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이고요. 저는 그 판단을 도와드릴 위치에 있지 않아요. 다만 이번 달에 나올 소식들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는 것만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