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1 08:47 · 팟캐스트
산업 | SK이노베이션 E&S LNG 밸류체인, 가스전부터 발전소까지 다 갖추면 뭐가 달라지나요 🧩
호주·북미서 年600만톤 물량 확보 선박·터미널·트레이딩 결합 시황차익 자체 발전소로 물량 소화·원가 절감도 “LNG사업, 옵션의 경제” 경쟁력 부상 용인 클러스터 열병합 등 수요처 확대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지난 9월 29일, 호주 다윈에서 나온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상상해봅시다. 집에 쌀이 떨어졌어요. 그런데 쌀을 사는 가게가 딱 한 곳뿐입니다. 그 가게가 문을 닫으면, 그날 저녁은 굶는 거죠.
불안하잖아요. 그런데 이게 20년 전 한 회사의 사업 구조였습니다.
SK이노베이션 E&S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2006년에 인도네시아에서 가스를 들여오기 시작했어요. 계약 기간이 20년. 공급처는 한 곳, 그 가스를 쓰는 발전소도 한 곳이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걸 일대일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파는 쪽이 배에 실어서 항구까지 가져다주고, 받아서 쓰는 거죠.
편하긴 합니다. 대신 그 한 곳이 막히면 답이 없어요.
그래서 방향을 틀었습니다. 가스를 직접 캐고, 직접 배로 나르고, 직접 쓰는 구간까지 전부 갖추기로 한 거죠.
호주에 가스전 지분을 사고, 미국 셰일가스에 투자하고, 싱가포르에 거래 법인을 세우고, 발전소를 늘렸습니다. 2012년부터 시작해서 10년 넘게 걸린 일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드디어 가스가 나왔어요. 첫 물량이 올해 2월 충남 보령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저는 좀 흥미로웠던 게 있어요.
이 회사 임원이 기자들한테 이런 말을 했습니다. "LNG 사업에서 통하는 개념은 옵션의 경제"라고요.
옵션. 선택지라는 뜻이죠. 선택지를 여러 개 쥐고 있으면, 그걸 조합하는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겁니다.
쌀가게가 한 곳일 때랑 다섯 곳일 때. 단순히 다섯 배 든든한 게 아니라는 얘기예요. 어디가 싸면 거기서 사고, 어디가 막히면 다른 데로 돌리고. 그렇죠.
그런데 예상과 달랐던 대목이 있습니다.
새로 가스가 들어오면 당연히 "물량이 늘었다"가 핵심일 것 같잖아요. 그런데 회사 설명은 달랐어요.
더 중요한 건 시장에서 급하게 사들이던 비중이 줄어드는 효과라는 겁니다.
지금처럼 값이 치솟을 때, 비싼 가스를 덜 사도 된다는 얘기죠. 새로 뭘 얻었다는 게 아니라, 안 해도 되는 일이 생겼다는 겁니다.
배도 그래요. 이 회사는 LNG 운반선 네 척을 직접 갖고 있습니다. 배를 빌리는 값은 시황에 따라 두 배 넘게 뛰기도 하거든요. 그 출렁임을 자기 배 네 척으로 눌러놓은 셈입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10년 넘게 들인 시간과 돈이, 결국 "안 사도 되는 상황"을 만드는 데 쓰였다는 거요.
눈에 잘 안 보이는 성과잖아요. 새 공장을 지었다거나 매출이 얼마 늘었다는 건 숫자로 보이는데, 위험을 줄였다는 건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것처럼 보이니까요.
하지만 중동에서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릴 때, 원유보다 가스값이 더 가파르게 뛸 때. 그때 차이가 드러나는 거죠.
물론 이게 옳은 방식이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한 구간만 잘하는 회사도 있고, 그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어요.
오늘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겁니다.
선택지를 늘리는 데 드는 비용은 지금 나가고, 그 값어치는 나중에 드러납니다. 그래서 대체로 미뤄지죠.
회사 얘기만은 아닐 겁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