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1 11:06 · 팟캐스트
정치 | 대호김종서함 진수, 이지스함 6척 중 마지막 배가 물에 떴습니다 ⚓
■ ‘대호김종서함’ 진수식 축사 세종대왕급 이어 이지스 6척 체제 北미사일에 해상 방어망 한층 강화 李대통령 “자주 국방이 곧 주권” 핵잠·유무인 전력모함 확보도 강조 DMZ 지뢰 부상 장병·가족 위문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30일, 울산에서 있었던 한 진수식 이야기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배 한 척이 물에 처음 닿는 순간을 상상해보시겠어요. 길이가 170미터. 축구장 두 개를 조금 넘게 이어붙인 길이의 쇳덩이가 천천히 바다로 미끄러져 들어갑니다.
이름은 대호김종서함. 우리 해군의 이지스구축함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장면보다, 이날 대통령이 꺼낸 한 문장이 더 오래 남았어요.
"빌려 쓰던 시절이 있었고, 사다 쓰던 시절도 있었다."
이 말을 좀 천천히 생각해보고 싶어요. 빌려 쓴다는 건, 주인이 돌려달라고 하면 돌려줘야 한다는 뜻이잖아요. 사다 쓴다는 건, 파는 쪽이 안 팔겠다고 하면 못 쓴다는 뜻이고요.
그러니까 저 문장은 기술 자랑이 아니라, 오랫동안 남의 사정을 살펴야 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인 거죠.
같은 날 대통령은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남의 힘에 기댄 안보는, 그 나라 사정이 바뀌면 함께 흔들린다고. 그리고 덧붙였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목도하고 있는 현실이라고요.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말을 굳이 진수식에서 했다는 사실 자체가, 어떤 불안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여기서 조금 뒤집어 볼 대목이 있어요.
이 배가 왜 중요한가. 기존 이지스함들도 북한 미사일을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어디서 쐈는지, 어디로 날아가는지 다 봤어요.
그런데 떨어뜨리지는 못했습니다.
보고만 있었다는 겁니다. 이 배부터 요격이 가능해져요. 저는 이 대목이 좀 서늘했어요.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봐 온 방식이 그랬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하나 더. 대통령은 이 진수식에 가기 전에, 서울 국군수도병원을 먼저 찾았습니다.
9월 21일, 비무장지대에서 지뢰가 터졌어요. 다친 장병들과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치료와 재활에 전념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했고, 군 생활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장병도 돕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런데 이번 사고에 대한 대응 조치나, 북한을 향한 별도의 비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순서가 계속 마음에 걸려요.
오전에는 병실에서 다친 청년을 만나고, 오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군함 앞에 섭니다. 170미터짜리 배와, 지뢰 하나.
전문가들은 더 분명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지금 할 수 있는 말이 제한적이었을 거라고 볼 수도 있겠죠.
저는 어느 쪽이 맞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런 생각은 들었어요.
가장 큰 무기를 갖는 일과, 가장 작은 상처에 응답하는 일은 서로 다른 능력이라는 것.
하나만 남기고 싶습니다.
자주국방이라는 말은 결국 "우리가 우리 앞날을 정한다"는 뜻입니다. 그 말이 진짜가 되는 건, 배가 완성되는 날이 아니라, 다친 사람에게 뭐라고 말해줄 수 있는지가 정해지는 순간일지도 모르겠어요.
이 배는 아직 바다에 떠 있을 뿐입니다. 성능평가와 시운전을 거쳐 내년 12월에 해군에 인도됩니다. 그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죠.
그 시간에 무엇을 채울지는, 배를 만드는 일과는 다른 문제겠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