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1 07:29 · 팟캐스트
정치 | DMZ 지뢰 폭발 정전협정 위반, 군이 처음으로 북한을 지목했습니다 🪖
합참 입장문 “사과·책임 조치 강력 촉구” 金은 되레 위협 “실지사격땐 가차없는 보복”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30일 기준으로, 비무장지대에서 일어난 지뢰 폭발 사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상상해봅시다. 9월 21일, 비무장지대 안. 풀이 무릎까지 자란 땅을 걸어갑니다. 지도에는 표시가 없습니다. 누가 어디에 무엇을 묻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발밑에서 뭔가 터집니다.
우리 장병들이 심각한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게 사고의 전부입니다. 그 뒤에 벌어진 일이 오늘 이야기예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비무장지대라는 이름이 좀 이상하지 않나요. 무장이 없는 지대라는 뜻인데, 실제로는 세계에서 지뢰가 가장 빽빽하게 묻힌 땅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땅을 누군가는 매일 걸어야 해요. 순찰이라는 일이 그렇습니다. 어제 안전했던 길이 오늘도 안전할 거라는 보장이 없는 곳을, 그냥 걷는 겁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사고라는 단어가 너무 가볍게 들리더라고요.
이게 한 부대의 일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27일부터 사흘간 현장조사가 진행됐어요. 합참만 들어간 게 아니고, 유엔군사령부도 함께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유엔군사령부가 내린 결론이 이겁니다. 정전협정 위반이 발생했다.
정전협정이라는 말, 좀 낯설죠. 쉽게 말하면 이거예요. 전쟁을 완전히 끝낸 게 아니라, 잠시 멈추기로 한 약속. 그 약속을 깼다고 제3자가 판정을 내린 겁니다.
30일, 우리 군은 입장문을 냈습니다. 북한군 지뢰 때문이라고 명시했고,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이게 이 사안에 대한 우리 군의 첫 공식 입장이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예상과 다른 게 나옵니다.
같은 날, 북한 쪽 반응이 나왔어요.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전날 담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명백한 자작극이라고요. 서울의 자작광대극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부인만 한 게 아닙니다. 한국군이 실제 사격을 해온다면 즉시 가차 없는 보복을 하겠다고 했어요.
사과를 요구한 쪽에, 오히려 보복을 경고한 겁니다.
같은 사흘을 두고, 한쪽은 조사 결과라고 부르고 다른 쪽은 연극이라고 부릅니다. 유엔군사령부가 판정을 내놨는데도 그래요.
여기가 이 사안에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지점입니다.
보통 사고가 나면 순서가 있잖아요.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정하고, 그다음에 재발을 막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첫 단계에서 멈춰 섰습니다. 사실 자체에 합의가 안 되니까요.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29일 국회에서 정전협정 위반이 명백하고 책임은 북한에 있다며, 상응하는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상응하는 조치.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 열려 있어요.
그리고 북한은 그 조치가 나오면 보복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한쪽은 조치를 예고하고, 다른 쪽은 그 조치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습니다. 같은 문장 안에서 두 개의 예고가 마주 서 있는 상태예요.
저는 정답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이 대치가 오가는 동안에도, 그 땅을 걸어야 하는 사람들은 그대로 있다는 겁니다. 담화문은 서울과 평양에서 나오는데, 위험은 비무장지대에 남아 있어요.
하나만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사고가 났다는 사실이 아니라, 사고의 원인을 두고 양측이 아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뉴스를 보실 때 이 지점을 기준으로 보시면, 상황이 어디로 가는지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일 거예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