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오 목록으로

2026.10.01 10:35 · 팟캐스트

국제 | 다야니 2차 ISDS 전부 승소, 7,700억 청구가 그대로 기각됐다고? ⚖️

미국의 對이란 경제제재로 배상금 지급 지연 다야니 측 “韓정부, 7700억 배상해야” 판정부 만장일치로 청구 기각 “對이란 제재 따른 지급 지연 정당” ‘꼬리에 꼬리를 무는’ ISDS 제동 올해 3조 원 넘는 국고 유출 방어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9월 30일,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이 하나 열렸습니다. 오늘은 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를 가지고 왔어요. 상상해봅시다. 돈을 한 번 물어주라는 판결을 받았어요. 물어줬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다시 소송을 걸어옵니다. "왜 이렇게 늦게 줬냐. 그 사이에 내가 못 번 돈도 물어내라." 이게 실제로 한국 정부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란에 엔텍합이라는 큰 기업이 있습니다. 가전, 석유화학 하는 곳이고요. 그 창업주 가문이 다야니 일가예요. 이 사람들이 2010년에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사겠다고 나섰습니다. 워크아웃 중이던 회사였죠. 계약보증금을 냈습니다. 그런데 채권단이 계약을 해지하면서 그 돈을 가져갔어요. 서류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다야니 쪽은 이게 한국과 이란 사이 투자보장협정 위반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2015년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중재를 걸었고요. 2018년에 이겼습니다. 정부는 영국 법원에 뒤집어 보려 했지만 안 됐어요. 여기서부터가 좀 복잡해집니다. 돈을 주려고 하니까, 이란이 미국 제재 대상이었거든요. 달러로 송금하려면 미국 재무부 산하 기관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오팩이라고 하는데요. 그걸 받고 나서야 2022년에 돈이 건너갔습니다. 그런데 전부는 아니었어요. 일부는 국내에서 다른 소송이 걸려 있어서 법원이 압류를 걸었습니다. 그 몫은 법원에 맡겨 둬야 했죠. 다야니 쪽은 그 사이, 돈을 다 받기도 전에 2021년에 또 중재를 걸었습니다. "제때 못 받아서 다른 데 투자할 기회를 놓쳤다." 이번 청구액이 7700억 원이었어요. 처음 받기로 했던 돈의 열 배 가까운 규모입니다. 저는 이 논리가 좀 놀라웠어요. 그리고 다야니 쪽 주장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미국은 제3국이잖아. 한국이 왜 미국 제재를 지키냐." 법무부 설명으로는 이렇습니다. 오팩 승인 없이 움직인 금융기관은 달러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안 지킬 수가 없는 구조라는 거죠. 판정부도 같은 판단을 했습니다. 만장일치였고요. 청구는 전부 기각됐습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대목이 나옵니다. 판정부는 이렇게 봤어요. 중재에서 받기로 한 돈을 못 받았다면, 법원에 가서 강제집행을 하면 됩니다. 그걸 가지고 "또 협정 위반이다" 하면서 새 중재를 거는 건 안 된다는 겁니다. 법무부는 이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중재라고 불렀습니다. 한 번 이기고, 그 돈 받는 과정을 가지고 또 걸고, 끝이 없어지는 구조죠. 생각해보면 이게 진짜 무서운 부분이에요. 배상금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분쟁이 닫히지 않는다는 게 문제거든요. 올해 한국 정부가 이런 소송들로 막아낸 금액이 3조 원을 넘었습니다. 론스타, 엘리엇, 쉰들러, 그리고 중국인 투자자 사건까지요. 그 끝에 이번 판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승소 숫자보다 다른 게 마음에 걸려요. 이 분쟁의 시작은 2010년입니다. 서류 한 장, 보증금 하나로 시작된 일이 16년째 이어지고 있어요. 그 사이 미국 제재가 끼고, 국내 소송이 끼고, 송금 경로가 막히고. 정부 쪽에서 틀린 판단을 한 건 아니라고 판정이 났습니다. 그런데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데 이만큼의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는 것도 사실이죠. 하나만 남겨두고 싶습니다. 국제 분쟁에서는 이겨도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번 판정이 의미 있는 건 돈을 지켰다는 쪽보다, "여기서 멈춘다"는 선을 그었다는 쪽이에요. 정부는 다야니 측의 취소소송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완전히 닫힌 문은 아니라는 뜻이겠죠.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