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오 목록으로

2026.10.01 10:51 · 팟캐스트

국제 | 영국 트리플 락 연금 개혁, 공약 뒤집고 2030년부터 속도 조절한다고? 🩹

물가·임금·2.5% 중 최고치 적용 ‘트리플 락’ 개혁 5%대 국채 금리 급등 속 재정 건전성 강화 절감 재원은 보편적 사회돌봄 확대에 투입…복지 재배분 유권자 53% “연금 개혁 반대”…후폭풍 거셀 듯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9월 29일 현지 시간, 영국 리버풀에서 있었던 한 연설에서 출발해 보겠습니다. 무대에 올라선 총리가 이렇게 말합니다. "정치적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한 문장을 덧붙입니다. "누군가는 고통을 감수하고 반창고를 떼어내야만 합니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가 된 지 두 달 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가 떼어내겠다고 한 반창고는, 자기 당이 2년 전 선거에서 "절대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제도예요. 영국 국가연금 제도 이야기입니다. 이름이 좀 특이한데요, 트리플 락. 자물쇠가 세 개라는 뜻이죠. 매년 연금을 올릴 때 세 가지 숫자를 봅니다. 물가가 얼마나 올랐나, 임금이 얼마나 올랐나, 그리고 2.5%라는 고정값. 이 중에서 가장 높은 걸 골라서 연금에 적용하는 거예요. 2011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노인 빈곤이 심각했던 시절에, 어떤 경제 상황이 와도 연금은 뒤처지지 않게 하자는 약속이었죠. 그러니까 이 제도를 지지하는 분들에게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었어요. 내 노년이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보증서였던 겁니다. 그런데 자물쇠를 세 개 걸어두면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한 번 올라간 연금액이 다음 해 인상의 출발점이 돼요. 거기서 또 가장 높은 숫자로 올라갑니다. 내려오는 길은 없어요. 올라가는 길만 있죠. 경제학자들은 이걸 래칫 효과라고 부릅니다. 래칫은 한쪽으로만 돌아가는 톱니바퀴예요. 자전거 페달 같은 거죠. 뒤로는 안 갑니다. 예산책임청이 올 7월에 계산을 해봤습니다. 이대로 수십 년 가면 연금 지출이 나라 경제 규모의 9%까지 커질 수 있다고요. 영국 경제학자들은 이 문제를 꽤 오래전부터 지적해왔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손을 못 댔어요. 왜냐하면, 표가 걸려 있었거든요. 여기서 제가 좀 의외라고 느낀 대목이 있어요. 버넘 총리는 복지를 깎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연금에서 아낀 돈을 사회 돌봄 체계를 만드는 데 쓰겠다고 했어요. 요양 시스템이 거의 무너져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요. 줄이는 게 아니라, 옮기는 겁니다. 연금에서 돌봄으로. 그리고 시행 시점을 2030년으로 잡았어요. 다음 총선 이후죠. 이번 임기에는 공약을 지킨 셈이 되는 겁니다. 고통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하면서, 그 고통은 다음 정부로 넘기는 구조. 저는 이 대목이 좀 복잡하게 느껴졌어요. 그럼 영국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조사 결과를 보면 트리플 락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이 압도적입니다. 폐지하자는 쪽보다 네 배 많아요. 그러니까 버넘 총리는 다수가 반대하는 일을 하겠다고 선언한 거죠. 여기서 걸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재정연구소에서는 아낀 돈이 약속한 돌봄 서비스를 다 감당하기엔 부족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면 나머지는 어디서 나올까요.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금이 유력하다고 짚었어요. 연금은 줄고, 돌봄은 아직 안 생겼고, 세금은 오를 수도 있는 구간.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사람들이 있겠죠. 하나만 남기고 싶습니다. 이게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한쪽으로만 돌아가는 제도는 만들 때는 든든합니다. 그런데 그 제도를 고쳐야 할 때가 오면, 고치자고 말하는 사람이 정치적 비용을 전부 떠안게 되죠. 그래서 아무도 안 고치고, 문제는 계속 커집니다. 버넘 총리가 반창고 비유를 쓴 이유가 거기 있다고 봅니다. 떼면 아프고, 안 떼면 더 오래 아프고. 어느 쪽이 맞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