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오 목록으로

2026.10.01 10:59 · 팟캐스트

사회 | 1심 형사재판 지연, 2년 넘게 재판받는 피고인이 4,843명이라고? ⏳

1심 단독 6.1→6.5개월 2년 초과 1심 형사 미제 4843명 고법 항소심 5.5→4.9개월 구속영장 발부율 78.6%로 반등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10월 1일에 공개된 대법원 사법연감, 그러니까 지난해 말까지 법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정리한 자료에서 시작합니다. 상상해봅시다. 어느 날 아침, 집으로 서류 한 장이 옵니다. 재판을 받으러 나오라는 통지예요. 그날부터 달력이 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죠. 다음 기일이 언제인지, 그 사이에 뭘 해야 하는지. 그게 전부가 됩니다. 그런데 그 달력이 한 장, 두 장 넘어가요. 계절이 바뀌고, 또 바뀌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심에서 2년을 넘긴 피고인이 4843명입니다. 1년 전보다 600명 넘게 늘었어요.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어요. 이 사람들은 아직 유죄가 확정된 사람들이 아닙니다. 재판 중인 사람들이죠. 그러니까 유죄일 수도 있고, 무죄일 수도 있어요. 다만 아직 모른다는 겁니다. 2년 동안 모른 채로 사는 거예요. 직장에 뭐라고 말할지. 가족한테 언제 끝난다고 할지. 아무것도 정할 수 없죠. 저는 이 지점이 좀 걸렸어요. 2년이면 아이가 학년이 두 번 바뀌는 시간이잖아요. 그런데 이게 몇 사람의 특이한 사정은 아닙니다. 판사 한 명이 맡는 비교적 가벼운 사건들, 이것도 평균 처리기간이 늘었어요. 작년엔 반년 조금 넘게 걸렸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걸립니다. 판사 세 명이 맡는 무거운 사건도 마찬가지예요. 가벼운 쪽이든 무거운 쪽이든, 1심에서는 전부 느려졌다는 거죠. 여기서 좀 이상한 대목이 나옵니다. 1심만 느려졌어요. 2심인 항소심은 오히려 빨라졌습니다. 고등법원 사건은 처리기간이 줄었고, 2년 넘긴 사람 숫자도 줄었어요. 대법원도 일부는 짧아졌습니다. 같은 법원 조직인데, 위층은 속도를 냈고 1층은 밀렸다는 얘기예요. 보통 재판이 늦어졌다고 하면 '법원 전체가 일이 많아서'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숫자를 보면 그렇게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형사사건 접수 인원 자체는 전년보다 줄었어요. 사건이 늘어서 밀린 게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까 어디서 막히고 있는 건지, 그 질문이 남습니다. 저도 답을 모르겠어요. 하나 더 있어요. 징역형을 선고받았을 때, 집행유예가 붙는 비율이 있습니다. 바로 교도소에 가지 않고 일단 사회에서 지켜보는 거죠. 2021년에는 절반을 조금 넘었어요. 그런데 매년 조금씩 내려가서, 지난해에 딱 절반이 됐습니다. 반반이 된 겁니다. 같은 죄로 법정에 서도 동전 던지기 같은 느낌이죠.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지고, 그 끝에 나오는 결론은 더 무거워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예요. 제가 이 자료를 보면서 계속 생각한 건, 재판 지연이라는 말이 너무 행정적으로 들린다는 거였어요. 처리기간, 미제 사건. 이런 단어들이요. 그런데 그 안에는 달력을 넘기고 있는 4843명이 있습니다. 피해자 쪽도 똑같이 기다리고 있죠. 어떤 결론이든 나와야 다음 걸 할 수 있는 사람들이요. 오늘 기억하실 게 하나 있다면 이겁니다. 재판이 늦어진다는 건 결과가 늦게 나온다는 뜻만이 아니에요. 그 사이의 시간을 누군가 통째로 비워두고 산다는 뜻입니다. 유죄인지 무죄인지도 모르는 채로요. 빠른 재판이 왜 권리인지, 거기에 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