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1 08:39 · 팟캐스트
산업 |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 점유율이 4%라고? 🧩
2분기 삼성 파운드리 4% 점유율 SF4·SF5 수요와 웨이퍼 가격 상승 영향 후공정 합친 ‘파운드리 2.0’ 시장도 커져 삼성, 파운드리 2.0 시장에서 수요 확대 중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늘은 파운드리 이야기입니다. 9월 30일 발표된 올해 2분기 시장 집계를 놓고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한 번 상상해봅시다.
주문서를 들고 공장 문 앞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공장이 세상에 하나뿐입니다. 줄은 이미 길고, 내 차례는 언제일지 모릅니다.
지금 AI 칩을 만들려는 회사들이 딱 이 상황에 놓여 있어요.
AI 반도체를 제일 잘 만드는 곳이 대만의 TSMC입니다. 그러니 모두가 거기로 갑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물량이 한곳에 몰리면 내가 원하는 시점에 물건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거든요.
그래서 기업들이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잘하는 곳에 다 맡기지 말고, 일부는 다른 데로 돌려놓자는 거죠.
보험을 드는 심정이라고 하면 이해가 가시죠.
그 보험을 받아주는 쪽에 삼성전자가 있습니다. 2분기 기준으로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약 4퍼센트. TSMC 다음, 2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흥미로웠어요.
4퍼센트라는 숫자만 보면 작게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이게 한 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TSMC를 뺀 나머지 파운드리 업체들 전체 매출이 1년 전보다 18퍼센트 늘었습니다. 그 직전 분기에는 9퍼센트였어요. 딱 두 배로 뛴 겁니다.
한 분기 만에요.
이게 무슨 뜻일까요. AI 투자의 온기가 1등 회사 하나에만 머물지 않고, 그 바깥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AI 가속기만이 아니에요. 서버에 들어가는 씨피유, 데이터를 주고받는 네트워크 칩, 전력을 관리하는 칩까지. AI 데이터센터 하나를 세우려면 이런 부품이 다 필요하거든요. 화려한 주연 말고, 무대 뒤에서 일하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과 다른 지점이 하나 나옵니다.
시장이 커지면 2등에게 기회가 온다, 보통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실제로 기회가 오기는 했어요. 그런데 1등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TSMC의 2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34퍼센트 늘었습니다. 파운드리와 후공정을 합친 전체 시장에서 혼자 약 42퍼센트를 가져갔어요.
시장 전체가 커지는데, 커진 만큼 1등도 같이 커진 겁니다.
파이가 넓어졌다고 해서 서열이 흔들리는 건 아니라는 거죠.
그럼 왜 못 넘는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세 가지를 짚었습니다. 첨단공정을 얼마나 많이 돌릴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불량이 얼마나 적게 나오는지, 그리고 완성된 칩을 쌓아서 포장하는 기술이 얼마나 좋은지.
특히 마지막 게 요즘 관건이에요.
전에는 웨이퍼 위에 회로를 얼마나 촘촘하게 새기느냐가 전부였거든요. 지금은 다릅니다. 만들어진 칩을 어떻게 겹쳐 쌓고, 어떤 판 위에 올리고, 어떻게 검사해서 내보낼지. 그 뒷단이 승부처가 됐습니다.
경쟁의 무게중심이 앞에서 뒤로 옮겨가고 있는 거죠.
저는 이 대목에서 좀 걸리는 게 있었어요.
우리가 뉴스로 듣는 반도체 이야기는 대개 앞단입니다. 몇 나노, 누가 먼저 개발했다, 이런 것들이요. 그런데 실제로 물건이 제때 나올지를 결정하는 건 포장하고 검사하는 공정이라고 합니다.
눈에 잘 안 보이는 쪽에서 판이 갈리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엔 한 가지 조건이 붙어 있어요. 기업들이 물량을 나누는 이유는 AI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 전제가 흔들리면, 2등에게 갔던 보험용 주문이 제일 먼저 정리될 수도 있겠죠.
지금의 성장은 그 위에 서 있습니다.
오늘 하나만 남기면요.
시장이 커지는 것과 순위가 바뀌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파이가 넓어지면 모두에게 몫이 생기지만, 그 몫이 실력의 순서를 바꿔주지는 않거든요.
앞으로 파운드리 뉴스를 보실 때, 나노 숫자 말고 뒷단 이야기가 나오는지 한번 봐주세요. 패키징, 기판, 테스트. 이 단어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게 진짜 승부 이야기입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