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노동자가 직업을 바꿔야 할 확률, 고임금의 8배라고? 🧾 계산원, 콜센터 상담원, 창고 작업자. 맥킨지가 2035년까지 미국에서 직업을 바꿔야 할 사람이 가장 많이 나올 직종으로 꼽은 곳입니다. 숫자는 1,100만 명. 미국 전체 노동력의 약 7%입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 더 눈에 걸리는 건 다른 숫자였습니다. 같은 AI 확산 국면에서 저임금 노동자가 직업을 바꿔야 할 가능성이, 고임금 노동자보다 8배 높다는 추정입니다.
◾ 1,100만 명은 '해고'가 아니라 '전직'이다
2026년 9월 29일 맥킨지가 발표한 보고서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보고서는 AI 영향으로 2035년까지 미국 노동자 약 1,100만 명이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할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직은 더 좋은 자리로 옮기는 자발적 이동이 아닙니다. 기존 직종 자체가 줄어들어 다른 직업으로 옮겨야 하는 구조적 전환입니다. 보고서가 "일자리 감소뿐 아니라 대규모 이직이라는 어려운 과제"라고 표현한 이유입니다.
◾ 연 21만 5,000명이 세 배가 된다
지금 미국에서 이런 구조적 직업 전환을 겪는 사람은 연간 약 21만 5,000명 수준입니다. 보고서는 이대로라면 그 숫자가 2035년까지 세 배가량으로 늘어난다고 봤습니다. 규모가 몇 배 커지는 게 아니라, 매년 새로 발생하는 전직 수요의 속도가 세 배가 된다는 뜻입니다. 보고서는 기업의 AI 도입 속도, 고령화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를 감안하면 대상자가 600만~1,600만 명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100만 명은 그 범위의 중간값에 가깝습니다.
◾ 일자리가 늘어도 그 일자리로 갈 수 없다면
보고서는 AI로 일자리 기회가 오히려 풍부해질 수도 있다고 인정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보고서의 표현은 이렇습니다. "다른 기술과 자격증, 근무지, 임금 체계가 요구된다면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 새 일자리의 총량이 아니라, 지금 일하는 사람이 그 일자리로 건너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겁니다. 필요한 기술이 다르고,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사는 곳을 옮겨야 하고, 임금 체계가 딴 세계라면 통계상 일자리는 있어도 개인에게는 없는 일자리입니다.
◾ 이직 대상 직종은 세 갈래로 모였다
이직 가능성이 높은 정규직 직종으로는 사무·행정 지원직, 소매·판매직, 운송·물류직 세 가지가 꼽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고객 서비스 담당자, 계산원, 창고 작업자 등입니다. 세 직종의 공통점은 업무가 표준화돼 있고 반복적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직종들은 대체로 임금 수준이 높지 않습니다. 저임금 노동자의 이직 가능성이 고임금 노동자보다 8배 높게 추정된 배경이 여기 있습니다. 전환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가장 적은 쪽에서 전환 압력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구조입니다.
◾ "교육 시스템은 젊은 층에 맞춰 발전해 왔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탕기 캐틀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육 시스템은 그동안 주로 젊은 층에 맞춰 발전해 왔다. 이제는 이직이 필요한 기존 노동력의 역량을 지속해서 높여야 하고, 이것이 우리가 공론화하고 싶은 문제다." 학교를 떠난 지 오래된 40대, 50대 노동자가 새 기술을 배울 통로가 사실상 설계돼 있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보고서는 연방정부와 주·지방 정부의 역할로 두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이직 위기에 놓인 노동자에게 구체적이고 시의적절한 노동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재교육 자금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이 보고서의 핵심은 "일자리가 몇 개 사라지나"가 아니라 "옮겨갈 통로가 있나"입니다. 맥킨지가 정부에 요구한 첫 번째 항목이 재교육 자금이 아니라 노동시장 정보였다는 점도 같은 맥락입니다. 어떤 직종이 줄고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를 제때 알지 못하면, 재교육 예산이 있어도 엉뚱한 곳에 쓰이기 때문입니다. 계산원과 창고 작업자 1,100만 명이 2035년까지 어디로 갈지는, 지금 그 정보가 어디까지 공개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