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쪼개 코인으로 만드는 시대, 미래에셋이 그 안에 있겠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슬라이스해서 토큰으로 만들면 어마어마한 시장이 생길 것이다."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이 4월 26일 디지털엑스 임직원 만찬에서 한 말입니다. 디지털 자산 규모를 150조 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이날 제시됐습니다. 이 발언은 돌발적인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미래에셋이 공식화한 차기 성장 전략 '미래에셋 3.0'의 핵심 방향입니다.
이날 제시된 핵심 수치는 세 가지입니다. 디지털 자산 전체 목표 규모 150조 원, '디지털 금 코인' 형성 목표 20조~30조 원, 그리고 2016년 KDB대우증권 인수 이후 쌓아온 자기자본 규모입니다. 150조 원이라는 목표치는 미래에셋 측이 제시한 수치로, 달성 시점이나 세부 근거는 이날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박 회장이 언급한 디지털 금 코인 20조~30조 원은 가능성으로 제시한 것으로,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미래에셋의 성장 경로를 따라가면 이번 전략이 어떤 맥락에 있는지 보입니다. 2016년 KDB대우증권 인수가 사실상 1.0의 완성입니다. 국내 최대 수준의 자기자본과 브로커리지(주식 중개), 투자은행 역량을 단번에 확보했습니다. 2018년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X(Global X) 인수가 2.0의 출발점입니다. 단순 판매 채널 확대가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 ETF를 직접 만들고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손에 넣은 것입니다. 이후 2022년 호주 자산운용사 ETF 시큐리티스를 인수해 글로벌X 오스트레일리아로 재편했고, 2023년에는 유럽 ETF 시장조성업체 GHCO와 호주 로보어드바이저 스톡스팟(Stockspot)을 잇따라 품었습니다. ETF 제조부터 유동성 공급, 디지털 자산관리까지 밸류체인 전체를 채운 셈입니다. 3.0은 이 위에 디지털 자산을 얹는 단계입니다.
박 회장이 제시한 융합 방식은 크게 세 갈래입니다. 첫째는 토큰증권(STO)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를 잘게 쪼개 토큰 형태로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소액으로 고가 우량주에 투자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둘째는 실물연계자산(RWA)입니다. 금·은·전기 같은 실물 자산의 가치를 코인에 담는 방식입니다. 박 회장은 AI 시대에 전기 수요가 늘어 전기 가격이 오를 것을 고려해 '전기 코인'을 발행하면 그 상승 가치를 투자자가 가져갈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셋째는 에이전틱 자산관리입니다. 알고리즘이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이렇게 바꾸는 게 좋겠다"고 제안하면, 고객이 확인 버튼 하나로 매매를 완료하는 방식입니다. 박 회장은 이를 "증권회사 PB가 영업할 게 없는 세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디지털 자산 확대를 선언한 자리에서 박 회장은 동시에 강한 경계 메시지를 냈습니다. "주변에 비트코인으로 돈 번 사람이 거의 없다. 거의 패가망신 수준이다." 대출을 받아 코인에 투자하는 이른바 '코인 빚투'에 대해 "모든 자산은 그런 방식으로 거래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박 회장은 주식 투자에 대해서도 "벤처투자 하듯이 해야 한다"며 단기 매매보다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디지털 자산을 새로운 투자 영역으로 키우되, 투자 방식은 기존의 장기·분산 원칙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전략을 미래에셋이 '종합투자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속도를 높이는 신호로 읽고 있습니다. 기존 증권사들이 전통 자산 중심에 머물고 있는 사이, 디지털 자산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을 먼저 구축해 차별성을 확보하겠다는 구도입니다. 박 회장은 주주환원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습니다. "배당을 많이 했으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생겨났겠나"라며 "자본 축적으로 과감히 키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익을 배당으로 나누기보다 성장 투자에 재투입하겠다는 방향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한편 박 회장은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 있는 고객들에게 코인 외에도 수익이 날 수 있는 다양한 투자 기회를 미래에셋이 직접 시범으로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이번 발표에서 투자자가 당장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STO입니다. 토큰증권은 대형주 지분을 소액으로 나눠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구조로,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관련 상품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상품 출시 시점과 조건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투자 검토 전에 미래에셋증권 고객센터(1588-6800) 또는 미래에셋 디지털엑스 공식 채널을 통해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삼성전자를 슬라이스해서 STO를 하면 어마어마한 시장이 생긴다"고 한 박 회장의 말처럼, 시장이 실제로 그렇게 움직일지는 제도 정비와 투자자 반응 모두에 달려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