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채권, 이자는 여전히 연 14%인데 투자자들이 떠나는 이유 올 5월까지만 해도 국내 투자자들은 한 달에 428만 달러어치 브라질 채권을 사들였습니다. 8월 들어 같은 기간 순매수액은 113만 달러로 줄었습니다. 두 달 새 73% 넘게 감소한 수치입니다. 브라질 기준금리는 여전히 연 14%입니다. 이자 수익만 보면 다른 나라 채권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매수세가 줄고 있습니다. 이유는 이자 너머에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브라질 채권 8월 순매수액은 8월 26일 기준 약 113만 달러(약 16억 원)입니다. 7월 전체 순매수액 310만 달러에 비해 약 64% 급감한 수치입니다. 월말까지 거래일이 남아 있지만, 순매수 규모는 올해 5월(428만 달러)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입니다. 브라질 채권은 국내에서 이자 소득에 세금이 붙지 않는 비과세 상품으로, 고금리 시기에 주목받아 왔습니다.
브라질 투자자들이 기대한 건 이자 수익만이 아니었습니다. 채권 가격은 시장금리와 반대로 움직입니다. 고금리 시기에 장기채를 사두면, 나중에 금리가 내릴 때 가격이 올라 매매 차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 중앙은행(BCB)은 올해 3월부터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해 연 15%에서 14%로 총 100bp(1%포인트) 낮췄습니다. 그런데 브라질 국채 10년물 금리는 첫 인하 직전보다 오히려 약 69bp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는 내렸지만 장기채 가격은 오히려 더 내려간 셈입니다. 기대한 방향과 반대입니다.
단기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결정하지만, 장기금리는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가 반영됩니다. 브라질 정부 부채는 올해 4월 GDP(국내총생산)의 80%를 넘어섰습니다. 사회보장 등 의무 지출 비중이 높아 재정 건전성에 대한 경계감이 큰 상황입니다. 여기에 10월 대선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룰라 대통령의 4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국채와 브라질 국채 사이의 10년물 기간 프리미엄 격차는 연초 이후 약 40bp 확대돼 최근 250bp 수준까지 벌어졌습니다. 기간 프리미엄은 채권을 장기간 보유하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보상하는 금리 차이입니다. 이 격차가 클수록 투자자들이 브라질 국채를 위험하다고 본다는 신호입니다.
지난달 브라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44%로 목표 범위 상단(4.5%)을 밑돌았습니다. 소매판매와 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에서도 경기 둔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건은 갖춰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금리 인하의 근거가 쌓이고 있지만, 장기채 시장은 다른 신호를 보고 있습니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불신이 이자율 인하 기대보다 크게 작용하면서, 장기금리를 내리지 않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자와 금리 외에도 환율 문제가 남습니다. 브라질 채권 투자 수익은 결국 헤알화를 원화로 바꿔야 확정됩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여섯 차례 브라질 대선에서 선거가 있는 해 2분기부터 3분기까지 헤알화는 원화 대비 평균 5% 약세를 보였습니다. 연 14%의 이자율이 높아 보여도, 환율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실질 수익률은 그보다 낮아집니다. 허성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선거 결과와 차기 정부의 구체적인 재정정책이 확인된 후 재정 신뢰도 개선 여부를 확인하면서 듀레이션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밝혔습니다. 듀레이션은 채권을 얼마나 긴 만기로 가져가느냐를 뜻합니다.
브라질 채권의 명목 이자율과 실제 투자 수익은 다릅니다. 연 14% 이자를 받더라도, 장기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이 내려가거나 헤알화가 약세이면 원화 기준 수익률은 그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현재 브라질 채권을 보유 중이거나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10월 대선 이후 차기 정부의 재정 방향이 구체화될 때까지 장기 보유 비중을 늘리는 결정을 미루는 것이 하나의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투자 세부 문의는 증권사 채권 담당 창구 또는 한국예탁결제원(1544-1000)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5월에 428만 달러를 사들였던 투자자들은 지금 같은 채권을 들고 다른 수치를 보고 있습니다. 이자율이 아니라 장기금리와 환율, 그리고 10월 대선 결과입니다.











